WTO 특혜 포기·RCEP 내년 서명
전남 농업 설 자리가 없다
중국 농산물 수입 쇄도 우려
2019년 11월 08일(금) 04:50
전남지역 농업인들의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정부가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부터 개발도상국으로서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데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내년 서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당장, RCEP 발효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효과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RCEP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 산 농산물에 대한 개방 수준이 한층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내 농업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전남도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이 중국 주도의 RCEP에 참여할 경우 그동안 주요국들과의 FTA에서 맺었던 품목별 양허 수준이 더 낮아져 값싼 수입품이 쇄도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미 지난 2017년 ‘포스트-FTA 농업통상 현안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RCEP가 타결될 경우 율무·감자·고구마·대두·녹두·팥과 같은 곡물류와 양파·마늘·배추·당근·수박·고추·생강 등과 가튼 과채·채소류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특히 세계 최대 FTA인 RCEP에 참여하고 있는 아세안 10개국·중국과는 기존 FTA 체결 과정에서 낮은 수준으로 협상을 체결한데다,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중국이 포함된 만큼 향후 타결 품목·수준에 따라 전방위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농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농산물의 개방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성주 부연구원도 “우리나라가 중국과 FTA를 체결할 때 주요 품목에 대한 양허 수준이 낮았지만 RCEP가 발효되면 그 보다는 체결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남의 경우 벼(20%)·밀(45%)·고구마(31%)·양파(37%)·마늘(18%)·겨울대파(97%)·배추(35%) 등 13개 품목 생산량이 전국 1위다. 이 때문에 FTA에다, RCEP까지 발효되면서 관세 추가 인하나 철폐가 현실화될 경우 수입산 농산물 쇄도로 전남 농업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산업부 자료를 인용해 국내에서 체결된 9개 FTA가 최근 5년간 국내 산업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농어업피해(생산감소액)만 4589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조업 등 타 산업은 5876억원의 이득을 올렸다는 게 서 의원 주장이다.

서 의원은 이같은 점을 감안, 7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서 “RCEP 타결로 국내 농업어업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농어업이 정부의 FTA 추진으로 희생양이 된 만큼 제조업 등 수혜 산업과의 간극을 줄여나갈 노력이 필요하다”며 농어업 피해대책을 촉구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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