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민박집 머물며 “나는 남도 현지인이다”
경기 의왕시 노대석씨 ‘여수에서 한 달 여행하기’
봉황산 휴양림·향일암·금오도 비렁길
몸과 마음에 쉼 선물하기 최적의 장소
돌산섬 우두리서 상추 보살피며 이웃과 담소
시간에 안 쫓기고 장소 얽매이지 않아 여유
전남도내 11개 지자체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 운영
2019년 10월 08일(화) 04:50

노대석씨가 한 달 여행하기를 하던 중 방문했던 여수예술랜드 조각공원 손조형 전망대. 여수 곳곳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기회였다. <여수예술랜드 홈페이지>

◇농가 민박집 머물며 현지인처럼= 여름이 시작되던 지난 6월,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노대석(66)씨는 아내와 함께 전남 여수를 찾았다. 우연찮게 TV를 보던 중 여수시가 ‘남도 여수에서 한 달 여행하기’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뉴스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3월 제주에서 열흘 정도 여행을 한 이후 여수나 통영에서도 한 달 정도 살아보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었다”는 그는 망설임 없이 여수를 택해 신청을 했고 그동안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한 덕에 어렵지 않게 참가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일정은 6월 14일부터 7월 11일까지 28박 29일간 이어졌다. 퇴직한 지 10년이 지났고 시간도 넉넉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막상 한 달간 집을 비우고 떠난다는게 쉽지 만은 않은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베란다 화초에 물주기, 어항속 구피 먹이주기, 신문배달 중지시키기 등 사소한 것들부터 신경이 쓰였어요. 구피는 딸에게 봐달라고 미리 부탁해 해두었지요. 친구들과의 모임도 미리 불참 양해를 구했습니다.”

여수에서 지내는 동안 머물렀던 숙소는 여수시와 협약이 되어 있는 봉황산 휴양림(10일), 플로라펜션(4일), 민박집 ‘소라의 꿈’(14일) 3곳이었다. 프로그램을 주관한 여수시 관광과에서 사전에 여수 관광지에 대한 정보나 여행에 필요한 지도, 맛집 등이 담긴 안내서를 우편으로 보내주고 숙소 예약이나 관광체험 프로그램 신청 등 편의에 많은 신경을 써준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여수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2주일 동안 머물렀던 여수 돌산섬 농가주택 민박 ‘소라의 꿈’ 텃밭에서 민박 주인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자 노대석(오른쪽)씨. <노대석 제공>


노씨 부부가 정한 여수 한 달 여행의 컨셉트는 ‘자연인처럼 살면서 느리게 살기’ 였다. 첫날 숙소에서 가까운 만성리 해수욕장을 가볍게 둘러본 후 둘째날은 여수 대표 명소인 오동도로 향했다. 오래전에도 이곳을 찾았던 적이 있지만 역시나 아름답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침 토요일이어서인지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들 사이에서 천천히 걸으며 여유롭게 섬을 샅샅이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동도 관광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서는 동백열차도 타보았다. 이날 저녁 메뉴는 여수의 ‘별미’ 게장정식이었다.

열흘간 묵었던 봉황산 자연휴양림은 노씨 부부의 여행 컨셉트와 잘 맞았다. 여수 남쪽 돌산도 봉황산 중턱에 자리잡은 휴양림은 2012년 개장해 시설은 다소 오래된 편이었지만 주변 환경은 으뜸이었다. 숙소에서 보이는 바다와 섬, 편백나무숲 풍광이 좋았으며, 향일암과 금오도 비렁길 등이 가까워 몸과 마음에 쉼을 선물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노씨는 휴양림에서 보낸 열흘을 평화롭고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집에서 가져온 음악 CD 몇장과 플루트 악기는 적막한 산속에서 좋은 친구가 됐다. 평소 운전하면서 듣던 슈베르트 가곡과 오페라곡을 숲 속에서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고 전한다. 숙소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뒹굴기도 하고, 편백나무 숲길을 거닐다가 만난 수생식물원 정자에 누워 한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장맛비가 하루종일 내리던 날에는 숙소 위쪽으로 난 임도를 걸어보기도 했다.

2주동안 머물렀던 민박 생활은 여행자의 삶 보다는 현지인의 삶에 가까웠다. 펜션이나 휴양림에 비해 시설이 불편하고 모기도 많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었다. 돌산섬 우두리에 위치한 농가주택 민박집인 이곳은 여수 바다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날이 저물면 오동도 등대 불빛을 보며 낭만도 느낄 수 있다. 농가답게 집 앞 텃밭에서 자라는 블루베리, 고구마, 상추 등 농작물을 살피기도 하고 이웃들과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많았다. 이웃집에 초대를 받기도 했는데 외부 여행객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모습에 사람사는 정(情)도 느낄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여수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장소에 얽매이지 않으니 어느 때보다 여유로웠다. 예정에 없던 여행지를 마음 가는대로 가볼 수 있는 것이 자유여행의 묘미임도 새삼 깨달았다.

노씨는 “경상도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전남을 방문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한 달 여행하기’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여수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블로그를 통해 홍보를 많이 할 수도 있었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찾아오고 싶다”며 “한 달 살기 여행을 하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일단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것저것 생각하면 마음에 걸리지 않는게 없다. 하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어디든지 가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목포 문학길 투어에 참여하고 있는 관광객들. 목포시는 올해 초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 공모에 선정된 11개 시·군 가운데 사업평가 결과 1위로 선정됐다. <목포시 제공>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 인터넷 검색창에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를 검색하면 다양한 채널을 통한 여행기가 올라온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는 물론 해외를 찾아 현지인처럼 느긋하게 ‘살아보는’ 여행이 트렌드가 되자 전남도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한 달 살기 체험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전남도내 11개 시·군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는 유명 관광지 위주의 스쳐가는 여행보다는 지역 한 곳을 선택해 일주일 이상 머무르면서 문화예술과 역사자원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목포, 여수시와 담양, 곡성, 고흥, 장흥, 해남, 영암, 영광, 완도, 진도군이 대상이다.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11개 시·군 가운데 사업 평가결과 1위로 선정된 목포의 경우 지난 6월까지 신청자를 모집한 결과 전국에서 총 24팀 60여명이 신청해 1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참여자가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7일 이상 30일 이내 기간동안 여행자들에게 하루 5만원 이내의 숙박비를 지원하고 시·군별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식비와 교통비 등 생활비는 개인 부담이다. 광주·전남 거주자를 제외한 전국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는 여행 기간 중 매일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언론에 여행후기 기고, SNS에 관광지 홍보글을 올리고 여행 기간이 끝나면 만족도 조사를 통해 개선사항을 제안하면 된다. 올 12월까지 운영하며 시·군별로 마감이 된 곳이 있으니 개별로 문의하면 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자체 뿐만 아니라 고장을 적극 알리며 한 달 살기 이용 팁을 제공하며 홍보에 동참하는 곳도 있다. 곡성군이 지정하고 있는 숙박업체인 ‘곡성 강빛마을’ 펜션에서는 블로그를 통해 ‘한 달을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곡성 여행’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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