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한반도 비핵·평화에 시동 건 정상 외교
2019년 09월 27일(금) 04:50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의 평화 구축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얻는 것과 동시에 ‘세계가 가치를 공유해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하였다. ‘남북 간에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도 언급하였다.

문 대통령의 DMZ 평화지대화 제안이 보다 현실성을 갖는 이유는 지난해 9·19 남북 공동선언에 따른 군사 분야 합의서의 영향이 크다.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는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육해공 지역에서 남북 간 우발적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큰 틀의 합의를 이루었다. 군사 분야 합의서 체결 이후 이 지역에서 남북 간 충돌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우리 측은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 간 합의 사항인 JSA의 비무장화 작업과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파주·철원·고성 지역에서는 시험 폭파된 GP 장소를 따라 평화의 길 조성 작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지난 6월30일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드라마틱하게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군사 합의에 따라 판문점 지역에서 왕래가 수월해진 것에 기인한다. 판문점 지역의 자유 왕래까지는 아직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과거와는 다르게 변해 가는 남북 접경 지역의 모습을 우리는 목도할 수 있다.

이처럼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은 역대 정부에서 늘 있어 왔다. 박근혜 정부 때는 비무장지대 한복판에 DMZ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접경 지역을 둘러싸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황이 여전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작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실현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남북이 한반도 번영을 공동으로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비무장지대는 남북의 철책을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평화·생태·문화의 보고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킨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특히 아직 한반도는 수십만 발의 지뢰와 세계 최대의 군사적 화기가 대치하는 정전협정 체제 아래 있다. 비무장지대는 정전협정에 따라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고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는 지역으로 되어 있다. 유엔의 협조를 받지 않으면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활용하는 문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비무장지대만 평화적으로 관리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 과정과 연결되어 있으며 한 단계로 설정되어 있다. 이번에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시한 전쟁 불가, 상호간 안전 보장, 공동 번영의 3원칙에 따라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한반도 전체의 긴장 완화와 화해 협력이 전개될 때 평화지대화 작업 역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기 위한 유연한 접근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서 단계적인 방식을 통해 북한의 신속한 조치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체제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북한에게 먼저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보다는 상응하는 조치들을 촘촘히 만들어 연착륙시켜 나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음은 지난 30여 년간의 협상 경험이 말해 주고 있다. 북한의 핵 동결에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유도해 내야 함은 자명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한편으로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앞으로 2∼3주 내에 개최될 북미 실무 협상을 지원하면서 북미가 유연한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조치들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남북 관계의 발전과 공동 번영의 이슈들이 상호 선순환하면서 한반도 평화 발전을 이끌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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