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2019년 09월 20일(금) 04:50 가가
기숙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생활하는 룸메이트다.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배정되지만 한 방을 쓰는 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네 명의 학생들이 있다. 국문과 1학년 김유경의 322호 룸메이트는 화학과 3학년 최성옥, 교육학과 2학년 양애란, 의류학과 1학년 오현수다. 또 한 방 최성옥과 절친인 송선미의 방 417호에는 곽주아, 김희진, 이재숙이 있다.
‘한국 문학의 하나의 장르’나 다름없는 작가 은희경이 새 장편 ‘빛의 과거’를 펴냈다. 지난 2012년 ‘태연한 인생’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에서 작가는 같은 시간을 공유했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그때’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성년이 된 여성들이 기숙사라는 낯선 공간에서 마주 친 ‘다름’과 ‘섞임’의 세계를 그려낸다.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통해 다양하며 입체적인 여성 인물들을 제시하고 1970년대의 문화와 시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이야기는 1977년 3월 신입생 환영회, 봄의 첫 미팅과 축제, 가을의 오픈하우스 행사 등 주요 사건 위주로 진행된다. 김유경의 서사가 이어지는 사이사이 322호와 417호의 룸메이트인 일곱 여성들의 에피소드도 다채롭게 전개된다. 그들은 각자 “성년이 되어가는 문으로 들어가” “낯선 세계에 대한 긴장과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 자기 인생을 만들어”간다.
정세랑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은희경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한국 현대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나와 닮은 목소리를 드디어 만나 그이의 차분하지만 낯설고 독보적인 말에 과녁처럼 관통당하는 일이다”고 평한다. <문학과지성사·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작가는 성년이 된 여성들이 기숙사라는 낯선 공간에서 마주 친 ‘다름’과 ‘섞임’의 세계를 그려낸다.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통해 다양하며 입체적인 여성 인물들을 제시하고 1970년대의 문화와 시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