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
2019년 09월 10일(화) 04:50 가가
“너희들은 집에 책이 없느냐? 몸에 재주가 없느냐? 눈이나 귀에 총명이 없느냐? 어째서 스스로 포기하려 하느냐? 영원히 폐족(廢族)으로 지낼 작정이냐?” “폐족이면서 글도 못하고 예절도 갖추지 못한다면 어찌 되겠느냐?”
강진으로 유배를 온 한 선비가 10대 두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버지는 ‘무거운 죄를 지어 벼슬이나 출셋길이 막힌 집안’을 뜻하는 ‘폐족’이라는 말을 유독 편지마다 자주 썼다. 그는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두 아들에게 열심히 독서하고 어버이에게 효도할 것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책을 읽고, 글을 지을 것을 바랐다. 두 아들을 불러 곁에 두고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서릿발 같은 꾸중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 나는 멀리 귀양살이 와 남쪽 풍토병이 심한 변방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외롭고 불쌍하게 지내면서 밤낮으로 너희들에게 희망을 걸고 마음속에 담긴 뜨거운 마음을 쏟아 편지를 보내고 있는데, 너희들은 이것을 한번 얼핏 읽어 보고 고리짝 속에 처넣고는 다시 마음을 두지 않아서야 되겠느냐?”(박석무 편역,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중)
이처럼 멀리서 편지로 원격 지도를 한 아버지는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이다. 두 아들(학연·학유)은 비록 벼슬길에 오르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시문에 능한 선비로 자랐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자녀를 향한 내리사랑은 각별하다. 속담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함함하다’는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는 의미다. 동물이나 인간이나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다를 수 없다.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문제에 이어 장제원(자유한국당)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에 대해 공분이 일고 있다. 특히 취업과 진로를 두고 고심하는 청년 세대의 반발이 거세다.
다산의 시대나 지금의 시대나 부모들은 자녀들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바란다. 그렇지만 부모의 지나친 내리사랑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의 사례를 보며 ‘아버지로서 자녀들을 기르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
강진으로 유배를 온 한 선비가 10대 두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버지는 ‘무거운 죄를 지어 벼슬이나 출셋길이 막힌 집안’을 뜻하는 ‘폐족’이라는 말을 유독 편지마다 자주 썼다. 그는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두 아들에게 열심히 독서하고 어버이에게 효도할 것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책을 읽고, 글을 지을 것을 바랐다. 두 아들을 불러 곁에 두고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문제에 이어 장제원(자유한국당)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에 대해 공분이 일고 있다. 특히 취업과 진로를 두고 고심하는 청년 세대의 반발이 거세다.
다산의 시대나 지금의 시대나 부모들은 자녀들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바란다. 그렇지만 부모의 지나친 내리사랑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의 사례를 보며 ‘아버지로서 자녀들을 기르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