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시대, 문화관광을 키우자] <3> 대전 ‘만년동 문화벨트’
소소한 일상·특별한 여행… 대전 ‘문화의 힘’
2019년 04월 28일(일) 00:00
“자세히 보야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대전이 그렇다.”

올해 대전광역시가 대전 방문의 해(2019~2021년)를 널리 알리기 위해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유명시인 나태주씨의 시‘풀꽃’을 차용한 문구는 대전관광의 매력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전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대전 방문의 해의 메인 상품은 ‘이응노와 예술여행’, ‘똑똑한 과학여행’, ‘맛 & 멋 재미여행’, ‘함께 문화유산답사’ 등 4개다. 이들 가운데 ‘이응노와 예술여행’은 문화관광의 메카를 목표로 기획한 대표적인 여행 콘텐츠. 대전의 주요거점에 이응노 예술작품을 설치하고 ‘이응노 거리’를 조성하는, 일종의 ‘이응노 예술도시 프로젝트’다.

‘이응노 예술여행’의 시발지는 지난 2007년 5월 문을 연 고암 이응노 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예술의전당과 함께 대전시 서구 만년동 갑천변에 자리하고 있는 핵심 문화인프라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이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축면적 8407㎡ 규모라면 이응노 미술관은 시립미술관의 15분의 1에 불과한 540㎡이다. 대형 미술관의 ‘그늘’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자연채광과 바깥 풍광을 한껏 끌어들인 덕분에 좁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국내 최초로 뮤제오그라피(Museography·미술관 외관과 작품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를 도입한 ‘명품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립미술관 전시장
미술관 정문에 서면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소나무가 방문객을 맞는다. 모던한 디자인의 백색 콘크리트 건물과 어우러져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로랑 보두앵이 빚어낸 미술관은 건물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다. 보두앵은 이응노의 작품 ‘수(壽)’ 속에 내재된 조형적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고암의 작품세계를 건축학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2전시실에서 3전시실로 향하는 복도는 외벽 유리 너머로 연못과 마주보고 있다. 그 위로 한옥의 서까래를 떠올리게 하는 반복적인 선이 ‘뚫린 지붕’을 이루고 주변의 대나무가 우거져 마치 ‘정원 속 연못’같다.

미술관은 대전 방문의 해를 맞아 이응노 화백의 내밀한 작업과정을 들여다 보는 ‘이응노, 드로잉의 기술’ 기획전(4월5~6월30일)을 전시중이다. 그동안 대중에게 공개된 작품들이 완성작 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작품의 밑그림인 드로잉과 스케치라는 점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충남 홍성 출신인 고암(1904~1989)은 한지와 먹을 소재로 한 한국적 화법에 서양적 어법을 접목한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추구했다.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화면위에 마치 초서를 흘려 쓴 듯한 형상과 수묵의 번지는 효과를 조화시킨 문자추상으로 국제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군상’시리즈는 프랑스에서 80년 5·18항쟁 소식을 접한 후 광주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억압속에서도 자유를 외친 혁명의 숭고함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응노 미술관 전시장
홍성에서 태어난 고암이 대전에 ‘뿌리’를 내리게 된 데에는 대전시의 공이 컸다. 대전시는 충남이 배출한 이응노 화백을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키우기 위해 탄생 100주년 해인 지난 2004년 54억원의 예산을 들여 미술관 건립에 착수했다. 지역 미술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긴 것도 그 때문이었다. 또한 1960년대 콜라주, 70년대 문자추상, 80년대 ‘군상시리즈’ 등 회화 259점, 서예, 디자인, 조각, 도자기, 유품 등 총 521점의 작품과 유품도 확보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미망인 박인경(93)여사와의 긴밀한 협의 끝에 이뤄낸 성과다. 대전시는 지난 2007년 박 여사를 이응노 미술관 명예관장으로, 2008년에는 명예대전시민으로 위촉했다.

미술관을 나오면 바로 옆 건물인 시립미술관과 대전예술의전당이 관람객을 향해 손짓한다. 우주선을 머리에 이고 있는 듯한 독특한 형상으로 유명한 시립미술관은 대전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심 속 문화쉼터다. 시원한 분수와 조각품으로 장식된 잔디공원에선 미술관으로 견학온 학생들과 나들이객, 젊은 연인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올해로 개관 21주년을 맞는 대전시립미술관의 대표작은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이다. 미술관 로비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이 비디오 설치작품은 1993년 개막한 대전엑스포 재생조형관에 설치됐던 것으로 2001년 대전시립미술관으로 관리전환됐다. ‘프랙탈 거북선’을 관람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 애호가들이 많을 만큼 대전을 상징하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미술관은 인근의 대전엑스포 기념관, 대덕연구단지 등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부각시기기 위해 미디어아트 관련 전시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2년마다 열리고 있는 ‘프로젝트 대전’은 미술관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기획전이다. 특히 지난해 세계적인 건축가 페터 춤토르를 초청해 그의 건축미학을 듣는 ‘페터 춤토르와의 대화’는 수 백여 명이 몰릴 정도로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대전시립미술관의 대표작인 백남준 '프랙탈 거북선'
선승혜 관장은 “대전 방문의 해를 맞아 오는 7월 ‘과학과 예술’이라는 테마로 색깔있는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응노 미술관과 인접해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어 당기는 ‘미술관 벨트’로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응노 미술관과 시립미술관이 낮 시간대의 볼거리라면 예술의전당은 관광객들의 밤을 즐겁게 하는 공연 콘텐츠다. 지난 2003년 개관한 이래 자타가 공인하는 중부권의 ‘넘버 원’ 무대로 아트홀(1546석), 앙상블홀(651석), 야외원형극장(850석), 컨벤션홀 등을 갖추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프로젝트 대전 7030’, ‘오케스트라 컬렉션’, ‘아이콘 컬렉션’, ‘드라마 컬렉션’, ‘댄스 컬렉션’, ‘뮤지컬 컬렉션’ 등 풍성한 레퍼토리를 이어간다.

특히 오케스트라 컬렉션은 헝가리, 영국, 덴마크를 대표하는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부터 피아니스트 조성진,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의 협연까지 화려하다. 또한 전당이 엄선한 드라마 컬렉션은 ‘손 없는 색시’(5월), ‘그게 아닌데’(8월), ‘이갈리아의 딸들’(10월) 등 국내 내로라하는 연출가와 극단의 연극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함께 댄스 컬렉션은 6월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신데렐라’, 11월 프렐조카쥬 발레의 ‘프레스코화’, 12월 고전적 크리스마스 발레인 ‘호두까기인형’까지 풍성하다.

/대전=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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