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 생각’ <263> 불
산불 폐허에 사랑과 희망 채워지길
2019년 04월 11일(목) 00:00

임옥상 작 ‘불’

때로 애타게 나라 걱정하는 것을 보면 다른 건 몰라도 나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않은 것 같다. 지난주 강원도 속초 고성지역 산불 뉴스를 잠 못 이룬 채 밤늦도록 지켜보면서 너무 안타깝고 걱정된 나머지 몸살인 듯 며칠 온 몸 여기저기가 편치 않았던 것도 그 증거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단비, 꽃비 내려 잔불과 불씨를 모두 잠재우고 새 생명이 움트고 있다. 산불로 폐허가 된 산과 밭 가옥에도 온 국민의 사랑이 채워지기를 마음 모아본다.

화가 임옥상(1950~ )은 그 누구보다 불의 이미지를 활용해 강렬한 주제의 분명한 메시지를 작품에서 강조해 온 작가이다. ‘들불’ ‘대지, 불, 비, 바람’ ‘불’ 의 작품에서 한해 농사의 시작을 앞두고 논이나 밭에 불을 놓던 들불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흙과 대지로 표상되는 땅을 민족의 역사와 생명력을 담아내는 매개로 인식하고 민중의 삶을 타오르는 들불로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 ‘불’(1979년 작)은 언덕 위에 펼쳐진 들녘에 타오르는 들불이 전경의 푸석거릴 만큼 메마른 땅 위에 금방이라도 번질 것 같아 비상사태처럼 긴박해 보인다. 당시 작가는 우리나라가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농촌이 파괴되고 헐벗어져가고 있는데 대한 문제의식으로 땅을 주목했고 들불의 이미지로 그 경각심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임옥상 작가는 “들불은 어떤 위험에 대한 신호를 알리는 봉화와 같은 의미였다”고 기억하고 “너무나 힘들어진 농촌 농민 문제를 알리기 위해 ‘불’이라는 제목으로 시대적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작가는 ‘불’이라는 본연의 의미를 작품에 담아내려 했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불은 그 타오르는 불길로 모두 태우지만 불타고 난 후 새 터전에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수 있는 바람, 희망, 내부에서 타오르는 정염도 포함해서 말이다.

<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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