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현의 문화카페] 버스, 관광이 되다
2019년 03월 27일(수) 00:00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평소 가족이나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마음속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름하여 ‘속마음 버스’. 평일 두 번, 토요일에는 세 차례 서울 여의도역을 떠나 자유로를 거쳐 1시간30여분 만에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탑승객들은 커튼으로 가려진 오븟한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 보며 그동안 묵혀 뒀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서울시와 카카오, (사)공감인이 운영하는 이 버스는 상대방의 속마음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순번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그런데 이 버스에는 규칙이 하나 있다. 중간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자르거나 휴대폰을 들여다 봐선 안된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등 오롯이 대화에만 집중해야 한다.

지난해 대구에는 지역 출신 가수 고 김광석을 테마로 한 ‘더플레이버스’가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안녕하실 테죠? 제가 김광석입니다.’ 빨간색 바탕에 김광석의 캐리커처와 인사말이 새겨진 버스에 오르면 인상좋은 DJ가 김광석의 노래와 음약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 코스인 김광석 거리에 다다르면 유리창을 통해 뮤지션들의 버스킹을 즐길 수 있는 ‘움직이는 스테이지’도 펼쳐진다.

일명 ‘달리는 버스극장’으로 불리는 시티투어의 원조는 뉴욕의 명물, ‘더 라이드’(The Ride)다. 주로 맨하튼 일대를 1시간 40분~2시간 30분 정도 운행하는 이 버스는 여느 관광버스와는 차이가 있다. 보통 오픈 천장인 2층 시티투어 버스와 달리 천장과 버스 옆면을 통 유리창으로 특수 제작했다. 또한 좌석을 운전석 쪽이 아닌 창밖을 정면으로 볼 수 있게 배치해 마치 야구장 관람석에 앉은 듯한 느낌을 준다.

‘더 라이드’의 백미는 버스 바깥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달리던 버스가 교통신호에 걸려 멈추면 거리를 걷던 남녀가 갑자기 댄서로 변신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버스 안 역시 경쾌한 음악과 현란한 조명이 어우러진 ‘물 좋은’ 클럽으로 바뀐다. 버스가 멈출 때마다 2~3분간 힙합, 재즈 공연이 쉼없이 이어진다. 사전에 거리에 ‘심어놓은’ 게릴라 무용수들이 버스 관광객들을 위해 즉석무대를 꾸미는 것이다.

이처럼 잘 만든 시티투어는 도시의 관광상품으로 경쟁력이 높다. 근래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시티투어로 지역의 명소를 둘러보는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시티투어는 다시 버스에 오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다.

광주시와 전남지역 지자체들이 다음달 부터 올 시즌 시티버스 운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한 레퍼토리는 단순한 버스관광에 불과할 뿐이다. 관광남도의 미래를 위해선 다양한 문화자원을 지역의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시티투어전략이 필요하다. 사실 맨하튼 도심을 오픈 스테이지로 바꾼 ‘더 라이드’는 뉴욕시의 역발상에서 시작됐다. 고질적인 도심의 교통체증을 공연과 버스에 접목시켜 뉴욕의 브랜드로 탄생시킨 것이다.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남도산(産) ‘더 라이드’의 출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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