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성냥갑 아파트가 ‘광주다움’ 인가
2018년 12월 26일(수) 00:00
무등산·광주천 주변 등에 40층 넘는 고층 건축물 추진
민선 7기 팔짱끼고 있는 사이 건설업체 총력전 나선 듯

민선7기 들어 광주시가 ‘광주다움’을 강조하면서도 막상 삭막한 고층 아파트 숲으로 변해가는 광주의 모습에는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담양에서 광주로 들어오는 동문대로 초입에서 바라본 광주시 전경. 높다란 콘크리트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서 시야를 가리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다움’을 강조한 민선 7기에서 오히려 기존 높이를 넘어서는 고층 주거시설(아파트+오피스텔)이 잇따라 들어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시 관문, 무등산 및 광주천 주변 등은 물론 도심 상업지역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이들 고층 주거시설들은 법에서 정한 최고 수준의 높이로 추진되고 있다. 광주시가 상업지역 내 고층주거시설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가 지역건설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체들이 서둘러 사업 인허가를 받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17일 2018년 제13회 건축위원회에 서구 화정동 23~26번지 일원에 지하 4층 지상 46층 규모의 2개 건축물을 지어 아파트 724세대(80%), 오피스텔 152호(20%)를 공급하겠다는 건축계획안이 접수됐다. 이 안에 대해서 위원들은 재검토를 결정했으나 시는 오는 28일 다시 위원회를 열어 이 계획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일부 건축위원들은 같은 안건을 10여 일만에 재상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시는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건축위원들이 모두 바뀌기 때문에 이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건축계획안에서 용적률은 무려 536% 내외로, 법에서 정한 최고 수준 560%에서 14% 정도만 낮췄다.

광주에는 지난해 말 현재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이 26곳에 170개동이 있으며, 이 가운데 아파트가 22곳 160개동에 달한다. 재개발·재건축, 도심 외곽의 택지개발 및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들어서고 있거나 건축 허가를 받은 아파트들이 대부분 30층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그 수는 200개동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고층 아파트들이 모두 사각형의 똑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자의 수익 극대화에만 초점이 맞춰진 건축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건축물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광주의 정체성과 문화도시 이미지 저해, 주변 중저층과의 부조화, 인구 집적에 따른 도시기반시설 미비 등 도시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시는 수년간의 논의 과정을 거쳐 최근 상업지역내 용적률을 조정하고 오피스텔을 준주택으로 규정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추진했으나 건설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급선회했다. 12월 개정안을 광주시의회에 상정하려 했다가 점진적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현재까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민선 7기에서 ‘광주다움’을 강조하며 무분별한 고층화에 대한 시의 분명한 대책을 기대했으나 점차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앞으로 수년 내에 광주의 경관이 완전히 고층아파트로 뒤덮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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