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DREAM 프로젝트 <22> 제2부 ① 떳떳한 입양이 더 좋아요
조오섭 전 광주시의원 기고
입양 편견 줄어드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법 아쉽다
2018년 11월 12일(월) 00:00

조오섭 전 광주시의원 가족이 딸 민지를 입양한지 20년이 흘렀다. 조 전 의원은 “성인이 된 딸이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소수자들의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세상에서 마음껏 꿈을 실현하며 살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민지씨가 11살이던 2009년 가족들과 함께. 오른쪽부터 조 전 의원, 딸 민지, 부인 최유정씨, 아들 재용. <조오섭 전 시의원 제공>

조오섭(51) 전 광주시의회 의원은 생후 10개월 된 민지를 ‘친딸’로 입양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 전 의원 가족이 광주 입양시설인 동구 지원동 대한사회복지회를 찾아가 ‘가슴으로 낳은’ 민지를 처음 안았던 날 이래로 20년이 흘렀다. 민지를 어엿한 성인으로 길러낸 조 전 의원은 끊임없이 입양 가정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지난 2014년에는 자신의 자서전에 입양 과정과 경험을 담았고 지난해에는 입양가정 지원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화작가인 아내 최유정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 2009년 민지를 주로 소재로 한 ‘정치, 사랑을 만나다’란 책을 내기도 했다. 인구절벽의 한계에 대한 대응책을 찾고자 하는 광주일보 연중기획 ‘I♥DREAM 프로젝트-아이가 꿈이다’는 조 전 의원이 직접 보내온 글을 지면에 싣는다.

가족을 이루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여러 방법 중 가슴으로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루는 법도 있다. 우리는 그 과정을 ‘입양’ 이라고 흔히 지칭한다.

입양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입양아에 대한 선입견과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입양 단체, 입양 부모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만든 각종 모임은 그간 다양한 방법과 통로를 통해 공개 입양 활성화를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쳐왔다. 지난 3일 서울 금천구청에서는 ‘2018년 입양가족 한마음 대동제’도 열렸다.

공개 입양은 입양아들이 겪을 수도 있는 출생에 대한 좌절감, 배신감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입양 방법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비밀입양보다 공개입양을 선호하는 흐름이 형성되어지고 있다.

공개 입양은 아이 스스로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좌절과 분노, 배신보다는 이해와 공감, 더 큰 배려로 아이가 성장할 수 있게 유도한다. 또한 공개입양은 성장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여러 문제들을 공개 입양 부모·자녀가 함께 모여 더불어 토론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듯 입양이 낯설지 않으며 나아가 공개입양이 조금 더 바람직하다는 사회 저변의 인식 변화는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징표라 할 수 있다. 또 입양아들을 비롯해 소수자들이 차별과 편견에 굴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겠다.

그러함에도 심히 우려되는 바가 있다.

여러 입양기관과 입양 부모들은 시설의 아이들이 한명이라도 더 가정으로 입양되기를 소망한다. 지난 20년 동안 입양기관과 입양부모들은 이것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 이런 노력에도 최근 공개입양이 줄어들고 있다. 공개입양이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낳은 아이를 길바닥에 버리는 일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시행된 입양 특례법은 법이 지향하는 선의와 편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입양에 심각한 제동을 걸고 있다. 관련 법이 오히려 공개입양이 활성화되고 입양 문화가 개선되는 방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버린 것이다.

입양특례법 개정 전 국내 입양 건수는 2010년 1462명, 2011년 1548명, 2012년 1125명이었으나 특례법 시행 후인 2013년에는 686명, 2014년 637명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줄어들고 있다. 기관이나 정부에서는 출생률 저하로 인한 감소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입양부모들은 현실과 괴리된 입양특례법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입양 절차에서 아동의 안전과 권익을 보장하고 입양아동이 법률적, 심리적으로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의 입양특례법은 입양아에 대한 편견,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 입양에 대한 이해 문화 부족이 아직도 넘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여러 문제점들을 양산하고 있다.

특례법을 살펴보면 법원의 입양 허가제, 출산 후 일주일간 입양 숙려제, 입양가정 사후 관리제, 입양정보공개제등이 그 주요 골자이다. 내용의 골자만을 봤을 때 선진국형의 입양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생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이 가능해 진 점, 입양정보 공개제도 등은 우리의 현실과 너무 맞지 않는 내용이다. 아이의 출산 전후로 생부가 사라지고 생모 혼자 출생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미혼모(생모) 혼자 아이를 출산하고 출산 후에도 미혼모 본인의 호적에 아이를 출생신고 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비밀을 보장해준다고 하더라고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더불어 입양아가 자신의 입양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상황에서 생부나 생모 또는 그 친인척들이 입양아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경우 정부와 자치단체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개정안은 입양아와 입양가족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물론 입양아의 뿌리찾기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다 더 고려되어야 할 점은 입양부모와 입양아의 정보 거부 결정권이다. 이것은 보장하지 않고 생모와 생부, 생조부모의 일방적 요구만으로 입양아가 그들을 대면해야 하는 것은 입양아의 행복 보장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입양문화가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먼저 ‘입양의 날’(5월11일)이 생겼다. 입양가정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입양아동 양육수당도 지원되고 장애아동 입양 양육보조도 이루어 지고 있다. 또한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비용 지원책도 있다. 모든 제도와 문화, 그리고 인식은 입양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제도개선에는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이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해야 한다.

20년 전 공개입양을 통해 귀한 딸을 얻은 입양부모로서, 성인이 된 딸이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소수자들의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세상에서 마음껏 꿈을 실현하며 살길 바란다. 그런 세상이 만들어지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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