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된다 5·18 진상조사위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2018년 09월 19일(수) 00:00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14일부터 시행됐지만 자유한국당의 5·18 진상 조사위원 추천이 미뤄지면서 특별법 자체가 무력화되고 있다.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할 주체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뚜렷한 이유 없이 조사위원 추천을 미루고 있다. 조만간 추천에 나서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 구성에서도 조사위원 추천을 미룬 전력이 있다. 또 적절치 않은 인사를 조사위원으로 추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인 셈이다.



늑장 추천으로 구성 지연



여당인 민주당도 진상 조사위원 추천과 관련해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우선 민주당은 특별법 시행 당일에야 겨우 진상 조사위원 추천을 마쳤다. 5월 단체들의 조속한 조사위원 추천 요구가 빗발쳤지만 민주당은 한동안 이를 외면했다. 특별법 시행 이전에 진상 조사위원 추천을 마치고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늑장 추천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민주당은 8월말까지 조사위원 추천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당내 태스크포스(TF:특별전담조직)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8·25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가 선출된 이후에 조사위원을 추천하자는 흐름이 형성됐다. 정치적 눈치 보기가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당시 유력 당권 주자는 당내 TF 위원에게 추천을 늦춰 달라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조사위원으로 특정 인사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당내 정치적 이해관계는 조사위원 추천에도 작용됐다. 당내 TF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지도부 인사들에 의해 거부된 것이다.

실제로 송선태 상임위원의 경우, 홍영표 원내대표가 실질적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당초 TF에서는 특검 출신인 최병모 변호사를 상임위원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홍 원내대표의 전방위 압박에 따라 무위로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홍 원내대표와 송 상임위원은 이해찬 총리 시절 국무총리실에서 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했다는 점에서 과거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윤정 비상임위원 선정에도 당 고위 인사의 힘이 작용했다. 당내 TF는 안진 전남대 교수를 추천했지만 군 출신인 이성춘 교수를 교체하겠다는 압박에 손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송선태 상임위원과 이윤정 비상임위원의 경우 자격이 미달된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정당한 절차다. 절차적 정당성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당내에서는 지도부 인사들이 조사위원 선정을 좌지우지하려면 왜 TF를 구성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누가 조사위원장을 맡느냐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위원장은 민간 조사위원을 선정하고 파견 공무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 5·18의 진실을 밝혀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탁월한 리더십과 전체 판을 꿰뚫는 안목, 비협조적 정부 부처를 압박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조사위 출범 초기에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인사가 위원장에 선임돼야 힘이 실린다. 법리적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자유한국당에서 보수 법조인들을 조사위원으로 추천, 법을 근거로 진상 조사 활동에 딴지를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관급인 조사위원장은 상임위원들 가운데 선출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안종철 현대사회연구소장을 상임위원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송선태-안종철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위원장에 선임되는 구도다.

하지만 안 소장이 상임위원으로 적절하느냐에 대한 민주당 내외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안 소장이 5·18 관련 분야 전문가이긴 하지만 지난 2월 민주당의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추천에서 탈락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진상 조사위는 계엄군의 발포 체계, 행방불명자 암매장 장소, 계엄군의 반인권적 행위 등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의욕과 의지만으로 5·18의 진상이 규명될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5·18 당시 전투기 출격 대기 및 헬기 사격 진상 조사는 국방부에서 특별조사위까지 구성했으나 기존의 의혹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역량 갖춘 위원장 선출해야



또 문 대통령은 5·18 당시 계엄군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 정부 차원의 공동조사단을 꾸려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진상 규명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만큼 진상 조사위의 뛰어난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5·18 진상 규명은 시대적 과제다. 진상 조사위 구성에 문제가 있다면 다시 머리를 맞대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시간은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각 당의 조사위원 추천이 완료될 때까지 상임위원 추천 인사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에 청와대의 인사 검증도 남아 있다.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여권의 집단 지성과 국회의장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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