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 그노래 다시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4> 다양한 콘텐츠로 살아나다
판소리·영화·클래식 … 대중화·세계화 위한 행진
2018년 07월 16일(월) 00:00

광주 출신 민중음악가 박종화 씨의 서예 작품 ‘임을 위한 행진곡’.

최근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로 진행된 ‘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 <광주문화재단 제공>






5·18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올해 스토리펀딩으로 제작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스틸컷.






5·18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올해 스토리펀딩으로 제작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스틸컷.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5월 광주정신의 피와 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18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광주의 역사이자 얼이며, 광주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는 알링턴 묘지가 있다. 남북전쟁과 1차 2차 세계대전 그리고 베트남전, 이라크 전쟁 등 수많은 전장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용사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이곳에 잠들어 있는 이들은 1963년 암살당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 무용용사 28만7000여 명에 이른다.

사람들은 휴일이나 평일을 가리지 않고 이곳에 와 나라와 세계평화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넋을 기린다. 또한 전시장과 갤러리에는 다양한 사진과 영상물을 관람하기 위한 방문객들로 만원을 이룬다. ‘경의를 표하고, 기억하고, 찾아나선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묘지에는 매년 500만명이 찾는 워싱턴 D.C의 명소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대혁명을 형상화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세계의 많은 독자들은 소설을 통해 당대의 상황을 간접체험한다. ‘레 미제라블’은 1985년 뮤지컬로 제작돼 30년이 넘게 공연되고 있고 2013년에는 영화로 제작돼 우리나라에서만 6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이 관람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원작곡가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지난 2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랑스 혁명은 다양한 예술의 장르에서 직간접적으로 창작됐다. 마찬가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비롯한 오월 광주를 다룬 많은 작품은 우리의 민주역사뿐 아니라 세계의 민주 인권의 역사에 기여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창작판소리 ‘윤상원가(歌)’가 있다. 올해 2월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공개된 창작극은 5·18 항쟁 지도부의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한 윤상원 열사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창작한 작품이다.

윤상원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광산구와 (사)윤상원기념사업회가 기획했으며 윤상원 열사와 함께 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해 창작판소리 ‘윤상원가(歌)’의 청년판소리꾼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젊은 소리꾼들이 참여했다.

사설과 작창은 윤상원의 벗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인 임진택이 맡았다. 민중문화운동 1세대인 임진택은 5·18 민중항쟁 10주년이 되던 1999년, 황석영 작가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원전으로 80년 5월 열흘간의 항쟁을 판소리로 풀어낸 ‘오월광주’를 만든 바 있다.

민중문화운동 1세대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인 그는 김지하 시인의 시를 소재로 한 창작 판소리 ‘소리내력’, ‘똥바다’ 등을 만들기도 했다. 임씨는 “2∼3년 전 윤상원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월 광주’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성격의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은 올해는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개봉돼 의미가 남달랐다. 지난 5월에 개봉한 영화는 한때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를 토대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목 교체 요구’의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스토리펀딩을 통해 1억2000만 원의 후원금이 모아졌고, 3년여의 제작 끝에 완성됐다

영화는 1980년 5월의 상처로 총알이 박힌 채 살아가는 정신장애 엄마 명희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 희수가 잊혀 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휴먼 드라마다. 영화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기복 감독이 실제 보고 들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제작돼 화제가 됐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9년에 발생했던 ‘이철규 변사사건’이라는 두 사건의 시간과 공간을 결합,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시간의 간극과 상관없이 유효하며, 국가폭력과 범죄는 시효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서예와 영상이 결합한 작품으로도 만들어졌다. 광주 출신 민중음악가 박종화 씨가 지난 5월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제10옥사)에서 ‘영상과 함께하는 박종화 서예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선보였다. 90년대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지던 ‘투쟁의 한길로’, ‘바쳐야 한다’ 등 작곡가로 알려진 박 씨는 ‘이명박근혜정권’에서 제창 금지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브로 서예작품 20점을 창작했다.

특히 작품이 전시된 서울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독립운동의 얼이 깃든 산 교육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곳이다. 작품은 50∼60m 복도에 전시됐으며 천정에는 액정을 걸어 ‘임을 위한 행진곡’(약 2분5초)에 서예 작품을 입힌 영상이 흘러나오도록 했다.

윤상원 열사가 태어난 천동마을에서는 2016년부터 윤상원추모음악제가 열렸다. 천동향우회 주관, 윤상원기념사업회 광산구마을지원네트워크 주최로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추모음악제는 열사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의미있는 음악제다.

‘임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 세계화사업이 올해부터 추진되고 있다. 다양한 문화콘텐츠 제작, 보급, 활용은 민주 인권도시로서의 광주의 브랜드 가치를 견인할 예정이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2022년까지 5개년 사업 계획을 추진하며 전체 예산은 83억으로 계획됐다. 올해 1차년도는 5억을 들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관현악곡으로 제작, 공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의 연장선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체코 프라하 공연이 지난 7일 체코 프라하(리히텐슈타인 궁전 내 마르티누홀)에서 성황리에 펼쳐졌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이 올해 ‘임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사업’ 일환으로 추진한 체코 공연은 하이코 마티아스 푀르스터(야냐첵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지휘와 체코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진행됐다.

이날 공연은 체코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임을 위한 행진곡(원곡 김종률)’을 주제로 한 황호준 작곡 ‘님을 위한 서곡(序曲)’과 김대성 작곡 교향시 ‘민주(Domocracy)’를 국외에서 선보인 행사다.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수준 높은 연주로 ‘임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및 브랜드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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