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컬렉션’이 기대되는 이유
2018년 05월 09일(수) 00:00
지난 2009년 4월 필자는 매우 특별한 전시회에 초대를 받았다. 서울시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인 ‘하비브 하우스’(Habib House)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을 잇다’전이었다. 이 전시는 시각예술을 문화외교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미 국무부의 ‘아트 인 엠버시’(Art in Embassy)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실제로 각국의 미국 대사관 관저는 ‘아트 인 엠버시’ 전통에 따라 신임 대사의 부임에 맞춰 소장미술품을 교체해 외부에 공개한다. 예술을 가까이 하는 대사의 경우 자신의 취향에 맞춰 관저에 전시할 미술품을 고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는다.

‘한국과 미국을 잇다’전의 큐레이터(?)는 캐슬린 스티븐슨(2008년9월∼2011년 11월 근무) 주한 미 대사였다. 심은경이라는 한국이름도 갖고 있던 그녀는 이날 방문객들과 관저의 구석구석을 돌며 소장품을 소개했다. 당시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는 ‘스티븐슨 컬렉션’이었다. 평소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그녀는 관저 미술품의 리스트에 서도호, 강익중, 바이런 킴, 니키 리 등 한국작가 및 한국계 미국 작가 15명을 새로 올렸다. 개인적으론 한·미 양국의 문화교류를 체감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그는 재임기간에 백악관의 서재에 서부개척시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초상화를 그린 19세기 미국 화가 조지 캐틀린의 작품 12점을 걸었다. 캐틀린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백인의 시선’인 야만적이거나 왜소한 모습이 아닌 긍지 있고 존엄한 이미지로 그린 작가로 유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 컬렉션’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미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내세운 정치적 메시지였다.

오랜 세월 베일에 쌓였던 ‘청와대 컬렉션’이 9일부터 7월29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청와대는 1966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출품작부터 2006년도 작품까지 약 40년간 수집한 작품 가운데 일부를 선보이는 특별전 ‘함께, 보다’를 청와대 사랑채(http://cwdsarangchae.kr 참조)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한국화 4점, 서양화 8점 등 총 16점이 전시되고 사랑채까지 옮기기 어려운 벽화 4점 등 10점은 영상으로 공개된다.

이와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미술품은) 대한민국 정부가 겪어온 역사적 장면의 배경이었고, 해외인사들에게는 한국을 알리는 작품으로 묵묵히 그 자리를 빛내왔다”며 “이제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실 청와대에는 작가 및 소장배경 등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미술품’이 많다. 격동의 현대정치사를 거치면서 미술품에 얽힌 사연을 아는 사람들이 최고권력자의 부침과 함께 자취를 감춘 탓이다. 하지만,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의 위상을 감안하면 소장품들의 ‘퀄리티’는 꽤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침 사전신청이나 입장권 없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니, 올 봄 청와대로 ‘문화나들이’를 떠나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역대 대통령들의 미적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므로.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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