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도시 아이콘이 되다]〈15〉 런던 부엉이 서점
지혜의 숲에서 상상의 나래
키즈카페 같은 어린이 서점
2018년 03월 01일(목) 00:00

런던 외곽의 켄티시타운에 자리한 ‘부엉이 서점’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과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동물원 옆 책방’

런던의 북서쪽에 자리한 켄티시타운(Kentish Town)은 볼거리가 많은 동네다. 아이들의 동심을 사로잡는 런던 동물원에서 부터 젊은이들의 해방구인 캠든 마켓(Camden Market)까지 주말과 휴일에는 수많은 방문객으로 활기가 넘친다. 그중에서도 동물원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자리한 ‘부엉이 서점’(The Owl Bookshop)은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 손님들로 시끌벅적하다. 동네 아이들이 동물원 다음으로 좋아할 만큼 지역에선 꽤 유명한 곳이다.

사실 동네 아이들이 서점을 좋아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형 부엉이 인형이 반갑게 맞는다. 그 옆으로 만화에서 봤던 각양각색의 캐릭터 인형이 줄지어 서 있고 만화책에서 부터 동화책, 위인전, 소설 등 어린이 도서들이 가장 목 좋은 곳에 배치돼 있다. 여기에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서점이라기 보다는 키즈카페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치원에 다니는 토마스(6)도 부엉이 서점의 ‘단골 손님’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서점에서 진행하는 구연동화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선다. 일요일 마다 열리는 교회의 주일학교에 다니듯 거의 빠지지 않는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은 부엉이 서점의 누나, 형들이다. 간혹 유명한 동화작가가 오는 날도 있지만 토마스는 서점의 매니저 형인 크리스 애들링톤(Chris Adlington)이 읽어줄 때가 더 좋다. 서점에 올때 마다 항상 따뜻하게 반겨주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금방 찾아주기 때문이다.

‘토요일 동화구연’은 부엉이 서점의 대표적인 이벤트다. 서점 인근의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하는 행사에는 매번 50∼60명의 어린이가 참석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 가운데에는 어린 시절 이 서점에서 동화구연에 참석했던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대를 이어 아이와 부모가 같은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성장한 것이다.

지난 1974년 문을 연 부엉이 서점은 켄티시타운의 ‘살아있는’ 역사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에게 동네 서점은 마을회관이자 학교, 교회와 같은 존재다. 오랜 세월 주민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유대인들의 인구 분포가 높아서 인지 부엉이 서점은 다문화 교류의 플랫폼 역할도 해오고 있다.

하지만 부엉이 서점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에는 적잖은 우여곡절도 있었다. 1980년대 이후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면서 쇠락하기 시작하자 당시 주인은 카페 ‘르느와르’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1999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케빈 래미지(Kevin Ramage)는 ‘본래의 모습을 잃은’ 서점이 안쓰러웠는지 카페를 인수해 다시 부엉이 서점이라는 문패를 달았다. 그것도 잠시, 래미지가 스코틀랜드로 사업 기반을 옮기면서 서점은 폐업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 때 서점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건 런던의 대표적인 독립서점 ‘돈트북스’(Daunt Books·광주일보 작년 12월25일자 보도)였다. 1990년 설립된 돈트북스는 개점 이후 매년 수십 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독립서점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런던의 말리본 하이스트리트에서 단일 점포로 출발한 돈트북스는 하버스탁 힐, 벨시제 공원, 첼시 등에 지점을 냈고 지난 2010년 켄티시타운의 부엉이 서점까지 사들인 것이다.

돈트북스는 부엉이 서점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고수하지 않았다. 대신 돈트북스의 상징칼러인 녹색을 서점 외관에 반영했다. 또한 돈트북스의 성공비결인 소통과 전문성을 내세워 오프라인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평균 근무기간이 10년이 넘는 돈트북스 직원들의 서비스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특히 20년이 넘는 장기 근속직원의 경우 단골고객의 독서 취향 등을 꿰뚫어 좋은 신간을 추천하는가 하면 출간 당시 평단이나 독자의 주목을 받지 못한 양서들도 소개한다. 단편적인 정보에 치우친 온라인 서점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또한 지역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돕는 레시던시도 운영한다.

이밖에 직접 서점을 방문하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인터넷 주문시 다음날 배송하는 특급 익스프레스, 주머니가 가벼운 고객들을 겨냥한 저가 도서 판매, 에코백 판매 등 다양한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크리스 애드링턴 매니저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인 부엉이는 지혜를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돈트북스 본점(말리본 하이스트리트)의 에코백이 런더너들의 심볼이듯 부엉이가 새겨진 우리의 에코백은 켄티시타운 주민들의 ‘잇템’(ittem·꼭 필요한 아이템)이다”고 말했다.

/jhpark@kwangju.co.kr





※ 이 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의 기획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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