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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쇼핑리스트엔 숨은 욕망이 담겨있다
소비의 역사
설혜심 지음

2017. 09.08. 00:00:00

우리는 수많은 ‘상품’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꼭 필요해서 구입하는 물건도 있지만, 막상 사 두고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집안을 찬찬히 둘러보며 “저 물건을 내가 왜 사들인 걸까”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소비’는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현대인은 ‘소비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라 불리기도 한다.
‘지도 만드는 사람’, ‘온천의 문화사’, ‘서양의 관상학, 그 긴 그림자’ 등을 펴낸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이번엔 현대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소비’에 초점을 맞춘 ‘소비의 역사’를 펴냈다.
저자에 따르면 소비는 물건을 사거나 쓰는 행위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이미지나 상징 등의 비물질적 요소를 포함한다. 물질이나 서비스를 욕망하는 순간부터 그것을 구매하고 즐기며 궁극적으로 폐기하는 과정에는 상상력, 관계 맺기, 구별 짓기, 도덕, 이데올로기, 자원의 보존과 낭비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책은 ‘욕망하다’(굿즈), ‘유혹하다’(세일즈), ‘소비하다’(컨슈머), ‘확장하다’(마켓), ‘거부하다’(보이콧) 5가지 장으로 나눠 논의를 펼쳐나간다.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숱한 물건을 갖고 싶어했다. 백색 신화를 전파한 최초의 식민주의 상품 비누, 미지의 세계를 소유하려는 유럽의 욕망을 보여주는 중국도자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 물건을 파는 방법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세계적인 재봉틀 회사인 미국의 ‘싱어사’는 각국에 재봉틀을 팔았다. 우리나라에 재봉틀이 등장한 게 1877년이고, 싱어사가 한국에 지점을 설치한 게 1907년이다. ‘싱어사’가 세계 최고의 재봉틀 회사로 발돋움한 건 바로 ‘할부제’를 시작한 덕이었다.
방문판매의 상징 중 하나인 미국의 화장품 아줌마 ‘에이본 레이디’는 전세계에서 600만명이 활동하며 전체 매출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이어 등장한 우편주문, 카달로그, 백화점, 쇼핑몰 등 근대적 판매 방식과 공간 역시 ‘소비의 시대’ 주역들이다. 1851년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개최된 수정궁만국박람회에는 런던인구의 3배가 넘는 600만명이 몰려들었다.
제품에 대한 평가와 불매운동, 소비의 역사 이면에 숨겨진 저항과 해방 연대 역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설탕 1파운드를 소비할 때마다 사람의 살 2온스를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18세기 영국 평론가 윌리엄 폭스의 선언은 노예노동으로 생산된 설탕을 거부, 노예제의 경제적 근간을 흔들었다. 먹거리 같은 일상소비 상품을 대상으로 정치적 도덕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윤리적 소비의 출발로 꼽히는 활동이다.
저자는 소비는 삶의 편의성을 넘어 본질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둘러싼 행위이며 사람들은 그 행위들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나타내려한다고 결론 짓는다.
200여컷에 달하는 사진과 그림 자료들이 소비 문화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휴머니스트·2만5000원〉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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