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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9.04. 00:00:00

정호승 시인은 3년 전 ‘책과 삶’이라는 주제의 인터뷰에서 “모든 인간에게서 시(詩)를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마더 테레사 수녀가 생전에 했던 “모든 이에게서 신(神)을 본다”는 말이 연상된다. 시인은 매우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말을 했지만, 일련의 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 주는 단면이라 하겠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뼛속까지’ 시인이었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한 이후 단 한 번도 주저함 없이 시인의 길을 걸어 왔다. 시를 써서는 온전히 밥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그는 그렇게 45년 가까이 시를 붙들었다.
시는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언어예술이다. 문학의 가장 오랜 장르이면서 본질적인 예술 분야이기도 하다. 그 시의 근간을 이루는, 사유 체계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언어다.
김성도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는 ‘언어인간학’에서 인류의 유일한 생존 조건으로 ‘언어’를 꼽았다.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신체 조건이 열등한 호모 사피엔스가 인류의 조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언어 사용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언어는 소통의 매개를 넘어 인간의 역사이자, 문명의 근간 자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를 가리켜 ‘존재의 집’이라 했으며, 비트겐슈타인은 ‘나의 언어의 한계는 곧 나의 세계의 한계’라는 말로 언어의 본원적인 특징을 꿰뚫었다.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다. 책 읽기는 ‘존재의 집’을 튼실하고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콘베이어 벨트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에서 한가하게 독서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학주간 2017’ 행사가 막이 올랐다. 7일까지 전국의 문학관과 문학전문책방 등에서 ‘문학, 감각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작품 낭독회, 북토크쇼 등 독자가 참여하는 소통형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학관이나 책방에 들러 책을 접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책에는 글쓴이의 삶과 철학이 담겨 있다. ‘모든 인간은 한권의 책’이라 표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올 가을에는 ‘모든 인간에게서 한 권의 책을 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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