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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검·사약·투표 … 도구로 본 권력투쟁 변천사
당쟁의 한국사
김종성 지음

2017. 08.25. 00:00:00

불과 1세기 전만 해도 정치 투쟁에서 진 자는 거의 목숨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 같은 행태가 빨리 없어졌지만, 다른 지역의 세계에서는 20세기까지만 해도 비일비재했다.
기존의 역사서와 달리 권력 투쟁의 변천에 따라 한국사를 조명한 책이 나왔다. ‘철의 제국 가야’, ‘조선을 바꾼 반전의 역사’ 등의 저자 김종성이 펴낸 ‘당쟁의 한국사’는 고조선부터 현대까지, 대립과 파벌의 권력사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도구의 재료를 토대로 석기, 청동기, 철기로 역사를 구분하는 것처럼 권력 투쟁의 방법에 따라 ‘창검의 시대’, ‘사약의 시대’, ‘투표의 시대’로 한국사를 나눈다.
창검의 시대는 창검으로 대표되는 군사력으로 정권이 교체되던 시기다. 고조선부터 조선 전기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사약의 시대는 조선 중기부터 말기까지로 무력 투쟁보다는 사약으로 대변되는 합법적인 정치 투쟁으로 정적을 제거하던 시기다.
마지막으로 투표의 시대는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시기다. SNS나 인터넷상의 여론전을 주무기로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는 시대였다. 이 시기에는 노사모, 일베, 가짜 뉴스 등이 대표적인 여론전을 드러내는 말이었다.
저자는 권력 투쟁을 벌인 정치 파벌을 근거로 각 시기의 역사를 개괄한다. 고조선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는 종교가 정치권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았다. 이 즈음의 대표파벌은 신선교와 불교였다. 이들의 다툼에서는 불교가 승리를 거둬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 같은 왕조들은 모두 신선교에서 불교로 전환한다. 물론 사찰의 산신각에서 보이는 산신숭배 신앙처럼 신선교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고려시대 때는 문신과 무신이 양대 파벌이었다. 광종의 과거제 실시 이후 문신들이 권력을 잡았지만 이후 무신정변으로 무신이 권력의 중심에 선다. 하지만 이후 신진사대부들이 등장하면서 문신의 지배가 다시 굳어진다.
조선시대에는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결, 사림파 내에서 갈라져 나온 붕당정치, 이후 탕평정치와 세도정치에 이르기까지 정치 파벌의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저자는 각 시대 상황을 보여주는 예시로 비선 실세들의 행태도 소개한다. ‘신라의 팜므 파탈’인 미실은 후궁이지만 세 명의 왕을 섬기며 막강한 배후 실력자로 군림했다.
조선시대 왕자에게나 붙는 ‘군’(君)이라는 칭호를 받은 유일한 무당 진령군 역시 비선 실세의 힘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임오군란 때 피신한 명성황후에게 찾아가 궁궐로 복귀한 날짜를 정확히 예언해 신임을 얻고 인사권에도 관여한다. 고관대작들마저 그를 누님이라 부르며 따를 정도였다는 것은 최근 우리가 경험한 촛불집회와 맞물려 씁쓸한 데자뷰를 느끼게 한다.
나아가 저자는 한국의 근현대사의 큰 사건 또한 정치 권력사 측면에서 들여다본다. 3·15 부정선거와 4·19혁명, 5·16 쿠데타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 군 사조직인 하나회와 알자회, 6월 항쟁 막후에서 활약한 제임스 릴리 전 미국 대사 같은 뒷이야기들도 흥미롭게 소개돼 있다.
〈을유문화사·1만6000원〉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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