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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기 전남문화재연구소 책임연구원] 마한, 잊혀진 문화를 되찾기 위해

2017. 08.24. 00:00:00

남도의 중앙을 관통하는 영산강은 어머니의 대지처럼 포근한 들녘을 굽이굽이 돌아 서해안으로 연결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고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가야사 문화 복원이 국정과제로 들어간 것에 대해 환영한다. 한편으로 우리 지역의 찬란한 고대문화인 마한(馬韓)이 국정과제에 채택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마한 역사가 가야사처럼 국정과제로 채택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단지 특정 지역에서만 인식하는 문제로 한계 짓지 말고 마한을 브랜드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한은 전남에만 국한된 지역이 아니다. 지금의 경기·충청·전라도까지 넓게 형성됐던 지역으로 백제 영역에 해당된다. 마한에 대한 언급은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 동이전에도 나온다. 당시 우리 선조의 생활상을 기록한 문구와 54개 소국(小國)의 명칭이 전해져 내려온다. 전남지역에 마한 소국들의 존재는 있지만 각 소국의 이름과 위치, 또 당시 마한인들이 어떤 식으로 생활했는지에 대해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전남은 백제가 고대국가로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삼국 체제가 시작됐음에도 마지막까지 마한이라는 고유한 문화권을 형성하며 명맥을 유지해왔던 지역이다.
관련 학계에서는 마한을 정치세력(국가)으로 보느냐, 아니면 고유한 하나의 문화(권)으로 보느냐로 의견이 나뉘고 있지만 학계의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마한문화는 전남이 중심이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한문화는 타지역과 일본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독특한 문화를 형상하였지만 지금은 잊힌 역사가 됐다. 학계에서 마한과 관련된 학문적인 논쟁을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지역민은 마한이라는 문화유산이 발전할 수 있도록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필자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야는 인문학의 한 분야인 고고학이다. 혹자들은 인문학의 힘은 발전을 위한 비판 정신의 발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인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오랜 전통에서 나오며 사고의 유연함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전남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필요한 정신은 무엇일까? 아직은 마한에 대한 학문적 토대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전남의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의 성장 동력을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삼는 데는 문제가 없다. 지역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마한을 알리는 데 있어 능동적으로 움직였을 때 마한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마한은 전남 지역 고대 문화의 보고이며, 전남의 역사와 문화자원의 산실이다. 전남의 문화자원을 종합적이며 체계적으로 보전·정비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문화 정체성 확립을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더 해진다면 지역민들의 자긍심도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연구자들도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마한과 관련해 학문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마한이라는 문화 정체성을 갖추기 위해는 긴 안목을 갖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전남문화관광재단에서는 마한역사에 대해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마한역사 문화 연구 TF팀’(마한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마한 TF팀은 지역 내 마한 관련 유적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마한 TF팀에서는 마한 역사에 대한 정체성 확립과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오는 30일 임영진 전남대 교수를 시작으로 관련 분야 학자들의 초청 강연회를 추조지 산타야냐의 진한다. 학문적 논의를 위해 오는 11월에는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그 성과를 반영한 연구논총을 내년 상반기에 발간할 계획이다. 또한 마한의 학문적 토대 마련과 지역민의 마한 역사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마한이라는 잊힌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고 이 땅에서 살아갈 후세를 위해 “과거를 잊어버리는 자는 그것을 또다시 반복하게 된다”는 철학자 조지 산타야냐의 조언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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