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시민] <15> 퐁피두센터
2016년 11월 23일(수) 00:00
세 살 예술경험 여든 간다

파격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퐁피두센터는 건물 자체만으로도 방문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퐁피두센터 앞 광장에선 매일 오전 입장순서를 기다리게 위해 길게 줄지어 선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7월초 오전 9시, 파리 퐁피두 센터를 찾은 기자는 예상치 못한 광경에 당황했다. 전날 지인이 일러준 대로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지만 이미 퐁피두센터 앞 광장은 입장을 기다리는 수백 여 명의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2만 5000여 명에 이른다는 말이 떠올랐다. 부지런을 떤 보람도 없이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가까스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잘 나가는’ 퐁피두센터에게도 감추고 싶은 ‘흑역사’가 있다. 지난 1977년 ‘미술관도 되고 창조공간도 되는 열린 문화예술센터’를 내건 당시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뜻에 따라 건립됐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초현대식 건물컨셉으로 개관 초기 시민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배선, 냉난방, 배관 등 기능적 설비를 모두 건물 바깥으로 빼낸 ‘흉물스런’(?) 외관과 콘텐츠 부족으로 하루 방문객이 100명에도 안되는 굴욕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1990년부터 차별화된 기획전과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파리의 아이콘 다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퐁피두센터 주변에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갤러리, 아틀리에, 쇼핑매장, 휴식공간 들이 속속 둥지를 틀면서 방문객을 빨아 들이는 랜드마크로 변신했다. 지난해에만 700여 만 명이 다녀갈 정도다.

국립 기관인 퐁피두센터는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문화전당)과 비슷한 점이 많다. 산하에 5개원(문화창조원·아시아 예술극장·문화정보원·어린이 문화원·민주평화 교류원)을 거느리고 있는 문화전당 처럼 도서관·음향연구소·산업창조센터·영상전시공간·현대 미술관 등 5개 기관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방문객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미술관이다. ‘퐁피두센터=현대미술관’으로 불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독특한 건물 외관을 자랑하는 퐁피두센터는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미술관이다. 파격적인 건축미에서 알 수 있듯 건물 자체가 현대미술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대미술관은 20세기 초 생존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수집·전시했던 뤽상부르 미술관의 소장품을 모아 에펠탑 건너편에 있는 팔레 드 도쿄에 1947년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미술관은 여러 수집가들과 후원단체 등에 의해 소장품 규모를 늘렸다. 퐁피두센터 내로 입주한 현재 미술관에는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약 6만점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소장돼 있다.

현대미술관 컬렉션은 회화에서 사진, 영화, 뉴미디어, 조각, 디자인, 건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창작품을 망라하고 있다. 퐁피두센터 내 4층(전시공간 약 1만4천㎡) 전시장에는 1960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이, 5층에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피카소, 달리, 뒤샹 등 1905년부터 1960년까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현대에 이르면서 영상을 이용한 작품들이 많아지는 추세에 맞춰 영상 작품만을 볼 수 있는 시청각 전시실을 따로 마련, 1천여점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메카인 퐁피두센터는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들과 달리 ‘젊은 미술관’이기도 하다. 매월 둘째주 목요일에 열리는 ‘목요일들’ 행사는 파리 시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미술관측은 매월 둘째 목요일에 미술, 무용, 음악 등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에게 공간을 빌려주고 미술관 소장품 및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일부 전시실에 실험적인 장르의 음악을 틀어놓고 현대미술작품과 현대음악과의 관계를 들여다 본다. 빠른 템포의 테크노 음악을 들으며 즐기는 밀로의 그림은 참가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다른 미술관에서 접하기 어려운 퐁피두센터만의 매력이다.

파트리스 샤조트(사진) 퐁피두센터 교육담당자는 “다양한 미적 체험을 통해 학생과 시민들의 문화적 소양을 넓히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퐁피두센터는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에 올인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예술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도록 어린이 아틀리에(6∼12세), 인문계·실업계 고등학생을 위한 창작 아틀리에, 가족들이 함께 하는 주말 아틀리에 등이 요일별로 진행한다.

특히 퐁피두센터의 특화 프로그램인 ‘어린이 아틀리에’는 미술, 음악 등에서 계획된 프로그램과 활동을 접목해 현대미술을 접하도록 하고 있다. 센터에 소속된 큐레이터들은 각급 학교를 방문, 어린이 아틀리에를 홍보하고 참가를 독려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예술경험은 문화시민으로 성장하는 자양분입니다. 어려서 음악과 미술 등을 접해보지 않는 사람은 평생 미술관과 공연장의 문턱을 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예술과 친해질 수 있는지 미술관 교육부서는 늘 연구하고 고민합니다.”

그런 이유로 퐁피두센터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열린 컨셉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아이들의 취향과 관심도 달라지는 만큼 정기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가미해 재미있고 유익한 예술활동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인상적인 점은 외부에 있는 미술전문가들을 영입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센터 내에 교육 담당부서를 설치해 주제에 맞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시도는 전시장에 비치된 작품설명서만으로는 현대예술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부모와 동반해 예술작품을 둘러보고 직접 작가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 덕에 이곳 갤러리를 찾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현대미술의 축제인 광주비엔날레에서 도입해 볼만한 대목이다.

샤조트씨는 “어린이를 위한 예술교육은 전문가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예술을 행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게 예술을 몸으로 익히면 성인이 돼서 예술을 감상하고 즐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jhpark@kwangju.co.kr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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