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시민]<12>선진예술교육현장 탐방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 ‘온고지신 플랫폼’서 디자인에 눈을 뜬다
1852년 왕실 소장품 미술관 출발
전 세계 장식 예술품 500만점 소장
컬렉션만 전시하는 박제된 공간 탈피
학생 도슨트 투어·체험 프로그램 등
영국 디자인 업그레이드 전진기지로
2016년 10월 12일(수) 00:00

500만 여점에 이르는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의 장식예술컬렉션은 다른 미술관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경쟁력을 자랑한다. 중학생들이 미술관에 전시된 페르시아 카페트 문양을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다.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 제공〉

하지만 런더너(Londoner·런던 시민)들이 좋아하는 미술관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Victoria & Albert Museum·이하 V&A)이다. 대영 박물관이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비해 인지도는 조금 낮지만 영국인들에게는 보석과 같은 존재다. 아시아에서부터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장식 예술품(각종 공예품, 복식, 도자기, 미술품 등) 500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예술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V&A는 영국의 전성기를 이룬 빅토리아 여왕과 그의 남편이었던 앨버트공 (公)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1852년 설립된 왕립박물관이다. 당시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를 둘러본 빅토리아 여왕 부부는 박람회 수익금으로 왕실의 소장품을 보관하는 미술관으로 출발한 후 증·개축을 거쳐 1909년 지금의 V&A로 간판을 바꾼 뒤 공식개관했다. 단순히 이름만 교체한 게 아니라 미술관의 목표도 바꾸는 대혁신이었다.

이는 다른 박물관들처럼 컬렉션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국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하는 전진기지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서 제조업 분야에서 우위를 자랑했지만 19세기 중반 이후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다른 국가들에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일까. 한 번도 V&A를 가본 적인 없는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고 할 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번 시리즈 취재차 처음 V&A를 방문한 기자 역시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V&A는 런던 지하철 사우스 켄싱턴 역에 내려 미술관 안내 표지판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게 된다. 모던한 분위기의 건축물로 둘러싸인 도로 옆에 우뚝 서 있는 19세기 고풍스런 건축양식이 관광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약 5만1000㎡의 면적과 6층 높이, 145개의 갤러리를 갖춘 미술관은 세계 최대의 장식예술 박물관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15세기 르네상스 화가 산드라 보티첼리의 특별전 ‘보티첼리 리이매진’(The Botticelli Reimagned)이 열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보티첼리가 후세의 작가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에는 ‘비너스의 탄생’(1484년·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소장) 등 그의 대표작들을 모티브로 한 오마주 작품들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현대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들은 박제된 유물이 아닌 거장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었다. 실제로 10여 개의 갤러리에서 열린 특별전에는 어린이, 청소년 단체 관람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보티첼리 리이매진’(The Botticelli Reimagned)은 V&A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시회다.

자칫 권위적이고 무거운 느낌의 예술품을 단순히 전시하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원천으로 활용하는 창작의 산실이다. 이를테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플랫폼인 셈이다.

이 같은 V&A의 미션에 날개를 달아준 동력은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이다.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은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미적 체험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무료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각국의 독특한 장식예술품들을 전시하는 상설전의 경우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도슨트 투어에서 부터 소장품들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프로그램, 여름 휴가 시즌에 맞춘 가족 대상 아트 홀리데이 위크(Summer Holidays) 등 풍성하다.

문화예술교육의 키워드는 바로 창의성(Creativity)과 디자인(Design)이다. 과거의 예술품을 감상하는 소극적인 향유에서 머물지 않고 예술품으로 부터 관람객 스스로 자신의 창의성을 발견하고 이를 일상 생활에 활용하도록 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30여 명으로 구성된 교육·마케팅팀은 ‘학교·가족·청소년 팀’, ‘대학생·성인·창의산업팀’, ‘디지털 학습팀’, ‘마케팅 팀’ 등 4개 부설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동목표는 소장품과 관객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는 창의적 디자이너로서 프로그램 개발에 올인한다. V&A의 한해 방문객은 250만 여명. 이 가운데 매년 20만 여명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창의성과 미적 안목을 높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이나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레지던시와 디자인 랩, 장애인이나 소외계층을 겨냥한 체험 프로그램 등 전문적인 프로그램도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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