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시민]<11>-충무아트센터
2016년 08월 24일(수) 00:00
뮤지컬 직접 만든다고요? 충무아트센터 ‘히트다 히트’

뮤지컬 제작극장의 면모를 보여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사진제공=층무아트센터제공〉

서울시 중구 충무아트센터(대표·김승업)를 찾던 날, 로비에 들어서자 ‘서양 미술사 아틀리에’라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6월 28일부터 1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의 타이틀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원시미술부터 20세기 추상미술까지 서양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명작 60여 점을 중구 관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선보이는 일종의 미술교육 프로그램이다. 비록 ‘진품’이 아닌 실사 출력물이지만 ‘모나리자야 반가워’(스튜디오 1·모나리자의 방), ‘빛과 그림자 여행’(스튜디오 2), ‘색이 되는 점,점,점’(스튜디오 3·쇠라의 방)으로 꾸몄다. 미술과 과학, 연극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통합 감상법을 통해 원작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약 90분 동안 아트 에듀케이터(art educator)와 함께 작품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도 듣고, 모나리자를 직접 그려보고 쇠라의 점묘법을 표현해면서 교실에서 배울 수 없었던 생생한 체험을 한다.



‘서양 미술사 아틀리에’가 일반 전시회와 다른 점은 미술교육 전문가인 아트 에듀케이터가 관람시간 동안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하는 것이다.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미술사를 입체적으로 알기 쉽게 풀어주기 위함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두번째 방(스튜디오 2)인 ‘빛과 그림자 여행’은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화가인 렘브란트와 베르메르의 작품을 소재로 이들 작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명암법과 작품속 소품들이 얼마나 사실적으로 표현됐는지 보여준다. 학생들은 두 화가가 작품에서 빛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실제로 재현된 스튜디오 공간에서는 빛의 움직임에 따라 사물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직접 눈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충무아트센터는 중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서울 구(區)단위으로는 가장 먼저 지난 2005년 ‘서울의 중심, 문화의 중심’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충무’라는 명칭은 현재의 중구 지역(건천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시호에서 따왔다. 인구는 14만 여 명에 불과하지만 국립극장, 정동극장, 명동, 호암아트홀, 덕수궁, 롯데호텔, 남대문 시장 등을 끼고 있어 유동인구가 하루 평균 500만 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에서도 충무아트센터는 단연 강북의 문화아이콘이다. 특히 올해 1월 부산 영화의전당, 김해 문화의전당 대표를 지낸 김승업씨를 CEO로 영입해 차세대 국내 대표 공연장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지하4층 지상6층 규모인 충무아트센터에는 대극장(1231석), 중극장(블랙·327석), 소극장(블루·250석), 갤러리, 수영장, 헬스장 등이 들어서 있다. 개관 당시 809석이었던 대극장은 경쟁력 있는 대형공연물을 유치하기 위해 2008년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과 같은 객석규모를 갖추게 됐다.

충무아트센터의 경쟁력은 ‘작지만 강한 아트센터’라는 점이다.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 등 수도권의 내로라 하는 공연장들과의 경쟁에서도 수많은 뮤지컬 마니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공연장 가동율은 97%(평균 객석 점유율 68%)로, 지난 7년 간 총 관람객 200만 명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뭐니뭐니해도 충무아트센터의 차별성은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제작극장이라는 점이다. 특히 충무아트센터는 뮤지컬 성장의 주역이었을 뿐 아니라 국내 공연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피핀’, ‘올슉업’, ‘헤어스프레이’, ‘미스 사이공’, ‘미녀는 괴로워’, ‘삼총사’ 등 지난 7년간 선보인 총 80여편의 뮤지컬 라인업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승업 대표는 “뮤지컬 자체제작 시스템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도약해 세계 수준의 뮤지컬 전문 제작극장으로 할 계획”면서 “이같은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내걸었던 ‘충무아트홀’이라는 간판을 11년 만에 올해 충무아트센터로 바꿔 달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곧 다른 장르의 관객들까지 끌어 들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이에 따라 대극장 이외에 중극장에서는 웰메이드 연극중심, 뮤지컬 비시즈인 봄, 가을에는 대극장에서 발레, 오페라도 공연할 계획이다. 충무아트센터의 새로운 도약의 일환으로 지난 12∼14일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 공연이 선보여 전석매진의 신화를 이어갔다.’

‘뮤지컬 제작의 메카’를 선언한 충무아트센터의 의지는 뮤지컬 교육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뮤지컬 전문 아카데미’가 대표적인 예. 뮤지컬 창작과정, 공연기획제작과정, 뮤지컬 배우과정 등 강좌별로 내년 1월까지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강사진 또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로 짜여져 뮤지컬 제작을 꿈꾸는 지망생이나 현직 스태프들에게 실질적인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클래식, 무용 등 순수예술공연을 정례화하고 상주단체인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금난새씨와 함께 진행하는 해피클래식 시리즈 ‘클래식 판타지아’를 대표 브랜드로 키워가고 있다.

이같은 충무아트센터의 성공은 광주광역시 서구청 등 전국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1순위로 떠올랐다. 지역민들의 문화향유공간으로 키워낸 지자체 단체장의 의지와 지원, 그리고 차별화된 컨셉과 다양한 콘텐츠는 21세기 아트센터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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