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 원류를 찾아서-9부 몽골 브럇트] 브럇트 왕이 된 곰 … 낙타가 된 샤먼
2016년 02월 29일(월) 00:00

바이칼 호수 일대에서 살아 온 브럇트 민족은 수많은 동물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샤먼이 가장 신성시하는 독수리 조각상을 만들어 놓은 러시아 이르쿠추크 돈따마을 입구의 풍경.

나와 네가 다르지 않다. 돌과 나무와 동물과 사람이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서로 공존한다. 사람이 죽어 하늘이나 지하의 세계로 가고, 신과 인간은 샤먼의 몸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수많은 부족은 동물에게서 태어났고, 동물은 마을을 지킨다.

시베리아의 혹한과 거친 자연을 극복해야 했던 고대 종족은 동물을 숭배했다. 때론 자신의 사냥감이기도 하고, 가족을 공격하는 두려움의 존재이기도 했던 동물은 고대 종족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이다.

단순히 동물을 숭배했던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고대 종족이 우주와 세계를 이해하고 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이르쿠츠크와 브럇트공화국 일대 일부 마을은 현재도 대표 동물이 있다.



브럇트 동물 이야기는 대부분 과거부터 흔하게 볼 수 있거나 주로 사냥했던 동물을 중심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이야기 중 하나는 곰이다. 곰은 예전에 왕이었다. 어느 날 왕은 길을 따라 걷고 있는 한 사람을 놀리고 싶었다. 왕은 이 사람 몰래 다리 밑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 왕은 다리 밑에서 매우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건너던 사람은 신이었다. 신이 왕에게 말했다. “ 곰으로 머물러라! 너는 숲에서 사람을 놀래게 할 것이다”. 이후 왕은 곰으로 변해 숲으로 도망갔다.

또 다른 곰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그릇을 닦으며 사는 가난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릇을 만들기 위해 섬에 나무를 베러 갔다. 섬에서 붉은 자작나무를 발견했고 그 자작나무를 베려고 했다. 이때 붉은 자작나무가 그에게 말했다. “나를 베지마세요. 당신이 원하는 걸 해드릴게요”.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베지 않을 테니 나를 상인으로 만들어 줘”. 이후 이 가난한 사람은 갑자기 부자가 되었고 상인이 됐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이 사람은 다시 섬의 붉은 자작나무에게로 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자작나무는 그를 왕으로 만들어 줬다. 왕이 되고 나서 그는 수레를 타고 군대와 함께 붉은 자작나무를 베기 위해 다시 그곳으로 갔다. 왕과 여왕은 수레 위에 앉아있었고 군대는 왕의 명령에 따라 자작나무를 베려고 했다. 이때 붉은 자작나무는 말했다. “당신들의 왕과 여왕을 봐”. 왕과 여왕이 곰으로 변해 있었고, 군인들은 도망쳤다.

브럇트인의 곰 이야기는 곰이 인간이 되거나 인간이 다시 곰이 되는 공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전히 브럇트인들은 곰이 과거 인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민족과 브럇트인의 공통점에 주목하고 있는 많은 전문가는 곰이 인간이 되는 브럇트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웅녀가 사람이 되는 우리의 단군 신화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늑대와 낙타의 울음소리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브럇트인들은 늑대를 ‘천상의 개들’(텐게린 노호)이라고 불렸다. 또 늑대가 짖으면 하늘이 음식을 요구한다고 여겨 하늘에 제를 지냈다고 한다.

낙타는 예전에 큰 여자 샤먼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녀는 신을 놀라게 하고 싶었다. 이것을 위해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잘라냈고 그것을 등에 붙여 낙타가 됐다. 그리고 이 모습으로 신에게 갔다. 신은 화가 났고 그녀를 평생 낙타로 만들었다. 낙타는 예전에 사람이었기 때문에, 낙타의 울음소리는 사람 울음소리와 닮았다고 한다.

‘날개 돋친 말’ 이야기도 유명하다. 브럇트에 날개 돋친 말이 있었다고 한다. 말들은 날개를 지녔지만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겨우 말들이 잘 때만 날개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이 말들의 날개를 보았을 때 말은 모습을 감췄다. ‘날개 돋친 말’은 도망갈 때 매우 빨랐고 멀리 달릴 수 있었다.

또 토끼는 예전에 완전 검은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년 털이 한 개 씩 하얗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검은 털이 귀 끝에만 남았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토끼의 털이 완전히 하얗게 될 때, 세계는 멸망한다. 모든 것이 불탈 것이며 ‘불의 노루’들이 뛰어다닐 것이고 그들의 발굽에서부터 불이 떨어질 것이다고 믿고 있다.

개가 사람과 살게 된 과정을 소개하는 ‘개 이야기’도 흥미롭다.

어느 날 개가 혼자 걷고 있었다. 개는 누구와 함께 살고 싶었고, 늑대를 만났다. 개가 말했다. “나랑 같이 살래?”. 늑대는 동의했고 같이 살게 됐다. 어느 밤 개는 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짖기 시작했다. 그때 늑대가 말했다. “짖지마 개야! 곰이 우리를 먹으러 올 거야”.

다음날 아침 개는 늑대를 남겨두고 ‘늑대보다 곰이 더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곰을 찾으러 떠났다. 개는 곰과 만났고 곰에게 물었다. “나랑 같이 살래?”. 곰은 동의했고 그들은 같이 살게 되었다. 어느 날 밤 개는 짖기 시작했다. 곰은 말했다. “짖지마 개야! 사자가 우리를 먹으로 올 거야”.

다음날 아침 개는 곰을 남겨두고 ‘곰보다 사자가 더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자를 찾으러 떠났다. 개는 사자와 만났고 사자에게 물었다. “나랑 같이 살래?”

사자는 동의했다. 어느 날 밤 개는 짖기 시작했다. 사자가 말하길 “짖지마 개야! 파란 철(무기)을 가진 사람이 우리를 죽이러 올 거야”.

다음날 개는 사자를 남겨두고 무기를 가진 사람을 찾으러 떠났다. ‘사자보다 사람이 더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개는 사람을 만났고 말했다. “나랑 같이 살래?” 사람은 동의했다. 어느 날 개가 짖기 시작했는데, 사람이 일어나서 말하길

“우쉬 우쉬”(개를 부추기는 소리)

그때 개는 어떤 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보다 강한 동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는 지금까지 사람 곁에서 남아있다고 한다.



/kroh@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