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박 딛고 '아시아문화 용광로' 활활 국민동물 '깐칠'과 닮았네
8부 말레이시아편<65>
9. 다종교 다인종 역사
2015년 03월 09일(월) 00:00

도심 한복판을 유유히 흐르는 쿠칭강변에는 야경을 즐기는 관광객과 주민이 가득하다. 이들은 종교와 언어가 서로 다르지만 조화를 이루며 ‘아시아문화용광로’ 말레이시아를 구성한다.

. 깐칠은 목이 말라 강을 찾았지만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물속에서 득실거리는 악어 때문이다. 악어가 어디 있는지 유인하기로 마음먹은 깐칠은 “내 다리를 물에 넣어 따뜻한지 알아봐야지.”하고 소리치며 나무 막대기를 던진다. 이를 덥석 문 악어를 보며 위치를 파악한 깐칠은 건너편에서 유유히 물을 마시고 사라졌다. . 목이 말라 강을 찾은 동물들은 물 위에 뜬 나무 조각과 비슷한 악어 때문에 물을 마실 수 없었다. 원숭이도, 코뿔소도 방법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깐칠이 나섰다. 깐칠은 “이것이 정말 나무 조각이라면 나에게 말을 할 텐데.”라고 하자 “나는 나무 조각이야.”라고 악어가 외친다. 동물들은 악어를 비웃으며 강가에서 걱정 없이 물을 마셨다. . 먹이를 찾아 먼길을 온 깐칠은 과일 나무를 눈 앞에 두고 악어가 기다리는 강을 건너야 했다. 악어 때문에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기다려야만 했던 깐칠은 이렇게 말했다. “왕께서 당신들을 잔치에 초대했는데 몇 명이 참여할지 미리 알려드려야 합니다. 한 줄로 서주시면 몇 명인지 왕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잔치에 갈 생각에 신이 난 악어들은 일렬로 섰다. 잠시 후 깐칠은 악어를 밟고 강을 건넜고 과일 나무를 차지할 수 있었다. “깐칠이요? 거리에 있는 깐칠을 소개해 드릴까요? 아니면 전래동화 속 주인공을 소개해 드릴까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작은 도시 쿠칭에서 만난 대학생 아마드(26)씨는 자신들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관광객에게 큰 호기심을 보였다. 깐칠(Kancil)은 사슴의 한 종류로 고라니와 비슷한 외모를 지닌 동물이다. 몸길이는 50㎝ 정도로 작고 연약하지만 말레이시아 여러 동화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1년 내내 따뜻한 기후를 가진 덕분에 울창한 밀림 속 호랑이와 사자, 코끼리를 볼 수 있는 지역이지만 이야기 주인공은 대부분 연약한 깐칠이다. 동화 속 깐칠은 작고 약하지만 슬기로움으로 자신보다 힘이 센 동물들 사이에서 살아남는다. 어릴 적부터 깐칠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아마드 씨는 취업 후에는 첫 차로 깐칠을 구입할 생각이다. “동화 속 깐칠이 남녀노소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자동차 이름도 깐칠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말레이시아 도로에 가장 잘 맞는 자동차가 깐칠입니다.” 그는 말레이시아 국민이 깐칠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들의 역사와 여러 면에서 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맹수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했던 연약한 동물인 깐칠이 열강 때문에 굴곡진 역사를 지닌 말레이시아 국민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동서양 교역 중심지에 위치한 나라다. 말레이시아는 말라카왕국에서 기원했다. 15세기부터 아랍인, 중국인, 인도인 등이 모두 찾는 동서양 무역항 중심지로 크게 번성했던 말라카왕국은 18세기부터 영국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지리적 이점이 열강들의 지배라는 독배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험난한 역사의 고비를 거쳤지만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조화로운 문화를 꽃피웠다. 종교와 인종을 융합한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 아시아문화 용광로라는 별칭도 얻었다. 13개 주와 3개 연방으로 이뤄진 말레이시아는 지난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40여 개 소수민족이 고유한 생활방식을 유지한 채 살고 있다. 국명인 말레이시아(Malaysia)가 원주민인 ‘말레이계’(MALAY)와 중국계(SINO의 약칭 ‘S’), 인도계(I) 그 이외 소수민족(A)의 합성어에서 왔다는 주장은 인구 분포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전체 인구 3000만 중 이주민 비율은 절반에 가깝다. 30%를 차지하는 중국 화교계와 10%로 추정되는 인도계 여기에 이반족, 비다유족 등 40개가 넘는 소수민족과 말레이 원주민이 더해져 말레이시아를 이룬다. 말레이시아는 원주민이 믿는 이슬람을 국교로 하고 있지만 힌두교를 믿는 인도계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기독교를 믿는 중국 화교계와 소수민족 역시 다수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특유 활력과 안정이 조화롭게 호흡하며 독특한 문화를 이룩했다. 여러 인종과 종교가 융합된 이곳에서는 독특한 직물양식과 관습, 의례를 발전시켰고,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길렀다. 각자 믿는 종교와 생활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상대방이 가진 이념과 차이를 인정하고 명맥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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