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낭만길, 몽돌 노랫소리·갯바람과 동행
해안선 따라 올망졸망 다도해 벗삼아 걷는 20㎞
식물원·드라마 세트장 둘러 보며 걷는 자유 만끽
2011년 08월 22일(월) 00:00

완도읍 정도리 구계등 해변은 수천 년 닳고 닳은 동글동글한 갯돌 천지다. 피서객이 빠져나간 이맘때면 해변은 파도의 지휘에 맞춰 ‘차그락 차그락’하며 퍼지는 갯돌 노래 소리로 가득하다. /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수십만 인파로 북적대는 여느 피서지처럼 막힐 줄 알았던 완도(莞島) 가는 길은 예상 외로 편안했다. 2시간 남짓 남도 들녘을 달려 닿은 완도 해변에서는 벌써 ‘시끌벅적한 관광지’의 느낌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같은 바다인데도, 7월 말 8월 초가 지난 탓인지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피서객이 막 빠져나간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태풍 무이파와 잦은 비로 인한 영향도 컸다. 명사십리만 해도 15일까지 피서객이 84만8000명에 불과했다. 해변 운영기간(6월10일∼9월4일)이 다소 남았지만 지난해 134만명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듯 싶다.

남도갯길 중 완도군이 조성한 구간은 모두 7개. 이들 구간 중 해안길(20㎞)은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여정으로, 느긋한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올망졸망 떠있는 인근 작은 섬이 정겹게 다가오고 갈매기 울음소리와 부서지는 파도소리 등 생생한 자연음이 가슴을 적셔준다. 여기에 전국 최대 규모의 식물농원인 수목원과 바다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공원, 드라마세트장 등 볼거리도 적지 않다.
해안길을 걷다 마주치는 갯바람공원은 흘린 땀을 식히며 느긋함을 만끽할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한다. 벤치에 앉으면 백일도·흑일도가 손에 잡힐 듯 들어오고 멀리 제주도·보길도·노화도 등 섬들도 맑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점점이 펼쳐진다.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에서 모감주나무군락∼청해포구 세트장∼화흥포항∼정도리 구계등까지 이어지는 20㎞ 구간이 늦여름, 걷는 재미가 쏠쏠한 이유다.

출발은 완도군의 관문으로, 완도대교로 이어진 원동리다. ‘남도갯길 6000리’표지판으로 시작 구간임을 알 수 있는데다, 포장도로 옆으로 인도가 조성돼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다만, 인도가 끝나는 시점부터 줄곧 국도 77번 국도를 따라 걸어야 하는 게 아쉽긴 하다.

4㎞가량 걷다보면 수목원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난대 식물의 보고’라는 별칭이 어울릴 정도로 완도수목원은 제주 여미지 식물원을 제외하면 남부 지역 최대 규모(2050ha)로 나무와 꽃의 천국이다. 국내 최대 난대림과 산림박물관, 아열대온실 등 수목원내 풍부한 산림전시 시설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소다.

수목원을 지나 갈문리∼청해포구 세트장까지 이어지는 7㎞ 구간은 걷기가 ‘망설여지는’코스다. 휙휙 달리는 차량 옆으로 인도도 없는, 좁은 갓길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걸을 때면 괜한 짓을 하고 있다는 후회감이 밀려올지도 모른다. 아이와 함께 걷는 ‘위험천만한 일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게 낫다 싶기도 하다.

그나마 위안 거리는 걷는 도중 일몰공원을 비롯해 갯바람공원, 미소 공원 등의 볼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갯바람 공원의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흐르는 땀을 해풍에 식히거나 바닷가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 자체만으로 ‘여유’라는 단어를 체감할 수 있다. 해질녘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과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별미다.

한적한 어촌마을의 풍광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닷가로 길게 돌출된 마을 앞 방풍림으로 유명한 갈문리, 삼두리에서 주민들을 통해 전해지는 ‘삼두 8경(景)’을 찾아보는 것도 어촌마을을 따라 걷는 재미다.

청해포구 세트장 입구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왼쪽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 어촌민속체험관, 정도리 구계등(九階燈)까지 이어지는 3㎞ 구간은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구간이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점을 고려하면 자전거를 타고 돌아봐도 좋을 듯하지만 단조로운 경치가 1시간30분가량 똑같이 펼쳐져 인내심이 필요하다.

정도리 마을에서 구계등으로 이어지는 길은 완도 해안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간. 특히 구계등 방풍림을 따라 조성된 1㎞ 가량의 산책로는 늦여름 탐방로로 제격이다. 정도리 방풍림은 주민들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 그리고 염분으로부터 농작물과 삶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했다. 방풍림 안에 들어서면 생달·사스레피나무 등 이름표를 목에 건 40여종의 상록활엽수가 울창하고 나뭇잎이 쌓인 숲길은 푹신함이 발을 감싼다.

숲길에서 벗어나면 ‘몽돌 천국’이다. 둥근 돌들이 지키는 구계등 해변(길이 800m·폭 200m)은 갯돌 층이 바다 속까지 아홉 개의 계단을 이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농구공보다 큰 돌에서 탁구공만 한 돌까지 몽돌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구계등의 역사는 1만여 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100m 이상 상승하면서 바위도 함께 밀려왔다고 한다. 그 후 태풍과 해일에 의해 절벽이 무너지고 파도에 구르면서 동글동글한 갯돌로 변했다는 게 국립공원관리사무소측 설명이다.

구계등 앞에서 파도가 칠 때 ‘차그락차그락’갯돌 구르는 소리를 듣는 것은 피서객들이 떠나간, 한적한 늦여름 이맘때가 제격이다. 해안과 방풍림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한 시간은 훌쩍 지난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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