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법 감정 - 김지을 사회부장
2026년 02월 24일(화) 00:20 가가
‘파견근무’(정미경·2013년)는 지방법원 근무를 지원한 판사의 이야기다. 우편물을 배송지별로 분류하는 속도로 사건을 처리하는 소액 재판과 한 주 동안에만 읽어야하는 수천 쪽짜리 보고서도 다 못 읽는, 그런 사건들에 파묻혀 지루하지 싶었던 일상 대신 휴양지로 떠난 출장같은 삶을 사는 판사를 통해 악의 평범성을 들춰내는 단편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판사는 ‘켜켜이 쌓이는 공소장 안에서 인생들은 납작해지고 핏물 빠진 육포가 되어 있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모든 게 사소해졌다. 자살 혹은 타살,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 기록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면 어쩌나 고민하고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점차 가벼운 화상을 여러 번 입은 손바닥처럼 질기고 무디게 바뀐다. 결국 판사는 자신의 사건에 대한 결정을 미루다 한마디 내뱉는다. ‘정 억울하면 항소하겠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윤 피고인에게 중형을 내리면서도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이라는 점을 감경 양형 사유로 포함하면서 비판이 거세다.
44년 전 5·18 참상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던 위헌적 계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진지하게 가늠하고 걱정하기는 커녕 평범한 일상 업무 처리한 듯한 선고로 읽혔기 때문이다.
국민 혈세로 월급 받으며 수십 년 간 일한 공직자가 내란죄를 저질렀으니 가중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젊었을 때 내란죄를 저질러야 제대로 처벌받는가 .국민 눈높이가 이렇다.
최강욱 전 국회의원은 한 인터넷 방송에서 “역사적 재판이나 심판의 장에 대한 인식 없이 하루하루 처리해야 하는 자기 일과나 업무로만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명의식이 부족한 법관들에겐 역사에 남을 중요한 재판도 일상의 일일뿐 국민 법 감정과는 먼 다른 나라 일인듯 싶다.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윤 피고인에게 중형을 내리면서도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이라는 점을 감경 양형 사유로 포함하면서 비판이 거세다.
국민 혈세로 월급 받으며 수십 년 간 일한 공직자가 내란죄를 저질렀으니 가중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젊었을 때 내란죄를 저질러야 제대로 처벌받는가 .국민 눈높이가 이렇다.
최강욱 전 국회의원은 한 인터넷 방송에서 “역사적 재판이나 심판의 장에 대한 인식 없이 하루하루 처리해야 하는 자기 일과나 업무로만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명의식이 부족한 법관들에겐 역사에 남을 중요한 재판도 일상의 일일뿐 국민 법 감정과는 먼 다른 나라 일인듯 싶다.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