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페는 예전 커피숍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페는 만남과 사교의 장소였지만, 요즘엔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제법 많다. 누군가는 친구와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노트북을 펼쳐 작업을 한다. 누군가에게는 쉼의 장소가, 누군가에게는 자기 계발의 무대가 된다. ‘자기 시간을 보내는 사적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한 공간 안에서 전혀 다른 목적이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카페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오늘날 20대에게 카페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자기만의 공간이자 도피처이다.

집에서는 너무 조용해 집중이 안 되고, 학교에선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집중이 안 될 때 카페는 그 공백을 채워주는 제3의 공간이다. 커피 한 잔 값으로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사는 셈이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커피 향은 일상 속의 작은 안식이 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생산적인 나’를 연출한다. 기분이 울적할 때나 너무 들떴을 때도 카페의 분위기는 각자가 원하는 컨디션으로 스스로를 리셋해 줄 무대가 되어준다.

비단 20대뿐만이 아니다. 동네 커피숍에 가면 독서를 하거나, 뭔가를 기록하고, 유튜브를 시청하는 40대, 50대, 60대를 흔히 볼 수 있다.

‘카공족(카페 공부족)’이라는 신조어는 이런 변화를 상징한다.

전원과 와이파이가 잘 되는 자리를 찾아 카페를 전전하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은 현대인의 새로운 일상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작은 갈등을 낳기도 한다.

카페 본래의 ‘사교 공간’이라는 성격과 ‘작업 공간’이라는 기능이 부딪치기 때문이다. 진동벨이 울려도 이어폰을 꽂은 채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 조용히 공부하는 이 옆에서 터져 나오는 하이톤의 대화 소리, 넓은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서 타인과 공유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 같은 공간이지만,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시간과 공간을 자신도 모르게 침범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카공족’ 안에서도 여러 유형이 생겼다.

조용한 분위기를 찾아 집중하는 ‘몰입형’,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며 과제와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장기 체류형’, 짧은 집중 시간을 보내는 ‘틈새형’, 대화하며 관계를 맺는 ‘친목형’. 그들은 모두 각자의 ‘공간’을 찾으며 카페의 본래 기능인 머무름과 공유를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카페는 분명 공공장소이지만, 커피 한 잔을 주문하는 순간, 모두에게 ‘사적 공간’으로 변한다. 카공족이든, 대화를 나누는 손님이든, 모두가 같은 조건으로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산 동등한 이용자다. 그렇기에 카페를 이용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규제가 아닌 ‘배려의 마음’이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용객들이 상대의 존재를 조금만 의식한다면, 카페는 갈등의 공간이 아닌 공존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결국 카페를 둘러싼 공간 해석에 관한 논의는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사용할 것인가’에 있다.

카페를 둘러싼 풍경은 오늘의 20대를 비추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리’를 찾아 헤매고, 연결과 단절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세대. 우리는 같은 카페에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머물지만, 사실 우리 모두 공통된 하나의 질문을 공유하고 있다. “나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위해 머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