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유휴공간, ‘햇빛 발전소’ 변신…에너지 지도 바뀐다
2025년 11월 23일(일) 17:50
광주도시공사, 공공부지 활용 태양광 사업 박차
시민펀드로 에너지 복지·이익 공유 선순환 체계

월드컵경기장

기후 위기 대응이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광주도시공사가 도심 곳곳의 유휴공간을 햇빛 발전소로 바꾸며 ‘2045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도시 광주’의 실질적인 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단순히 아파트와 산업단지를 조성하던 기존의 개발 방식을 넘어, 버려지거나 활용도가 낮았던 유휴부지를 에너지 생산 기지로 탈바꿈시키는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도시의 외형적 확장을 넘어 시민의 삶 속에 친환경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공간의 혁신’이자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23일 광주도시공사에 따르면 현재 도시공사가 운용 중인 태양광 설비 용량은 1.83MW에 달한다.

광주시도시공사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사업의 핵심은 ‘공간의 재발견’과 ‘시민 참여’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추가로 대규모 시설을 짓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대신, 우리 주변의 주차장, 건물 옥상, 도로 유휴지 등 도시의 틈새를 파고들어 태양광 발전 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이 바로 광주월드컵경기장 주차장이다. 도시공사는 이곳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499kW급 태양광 발전소를 조성했다.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는 차양막 기능을 겸한 태양광 패널은 이용객들에게 그늘을 제공해 주차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연간 601MWh의 친환경 전력을 생산해낸다.

이를 통해 줄어드는 온실가스만 매년 267t에 이른다. 밤에는 조명 시설이 돼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등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방치됐던 공간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시민 편의를 높이는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이러한 결실은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도시공사는 농성빛여울채, 광주역다사로움 등 임대아파트 단지 옥상에 총 669k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공사의 이익으로 귀속되지 않고 입주민들의 관리비 절감 등을 위한 ‘에너지 지원금’으로 전액 사용된다.

공사는 향후 20년간 2억8000여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발전 사업을 넘어 에너지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에너지 복지’ 모델로 자리 잡았다.

도시공사는 이러한 성과를 발판 삼아 시민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에너지 생산의 주체로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발전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이 주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펀드 형태로 자금을 투자하고 발전 수익을 배당받는 구조를 도입한 것이다.

교통문화연수원
광주시 청사를 비롯해 옥동공영주차장, 평동화물차고지 등 광주 전역의 주요 거점 8곳이 대상지다.

이미 지난 11월 발전사업 허가 등 행정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으며, 2025년 사업자 공모를 거쳐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3.6MW 규모로 조성될 이 사업이 완료되면 광주시는 시민이 직접 만들고 사용하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한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도 병행한다. 도시공사는 광산구 비아동 첨단3지구 내에 18.48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조성 중이다.

이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도심형 분산 전원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 사업 역시 총사업비의 10%인 116억원을 시민 펀드로 조성해 지역민과 이익을 공유할 방침이다.

광주도시공사는 지난 수년간 축적해 온 신재생에너지 시설 운영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광주 5개 자치구의 숨은 유휴부지 62곳을 추가로 발굴하는 등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시의 빈 공간을 찾아내 가치를 입히고, 그 혜택을 다시 시민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광주도시공사 관계자는 “이제 도시는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자립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에너지 복지 사업을 확대하고, 광주시가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친환경 생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공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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