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음악가에게서 삶의 지혜 배웠죠”
2025년 11월 23일(일) 20:05
클래식 책 출간한 민정준 화순전남대학교병원장
카잘스·번슈타인 등 담아…“음악 통해 ‘소수의 가치’ 배워”
시향 단원들과 내달 3일 병원서 바이올린 협연…힐링 선사

‘음악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펴낸 민정준 병원장.

민정준 화순전남대학교병원장은 바쁜 일과를 쪼개 시간이 날 때마다 원장실에서 바이올린 연습을 한다. 오는 12월 3일 화순전남대병원에서 광주시향단원들과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뮤직’ 등을 연주하기 위해서다.

민 원장이 최근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글을 묶어 책 ‘음악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꿈꿀자유)을 펴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운 민 원장은 클래식 음악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웠고, 자신의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졌다고 믿는다. ‘언젠가 음악수필을 써보고 싶다’는 꿈은 2018년 병원 의생명연구원장으로 임명된 후 창간한 소식지에 글을 쓰며 이뤄졌고, 은사이자 글쓰기 스승인 정준기 서울대 교수의 제안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다.

“음악을 통해 ‘소수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어요. 수많은 악기가 참여하는 합주에서는 한 두 차례 등장하는 악기일지라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어요. 모든 게 잘 어우러져야 완벽한 음악이 나오죠. 생명을 살리는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진은 물론이고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그 역할을 다할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죠. 모든 조직이 마찬가지 입니다.”

그는 책에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했던 음악가들을 소개한다. 13살 때 바흐의 ‘무반주첼로모음곡’ 악보를 발견한 후 12년의 연구 끝에 25세에 첫 연주를 하고, 그로부터 또 35년이 지나서야 첫 음반을 발매한 파블로 카잘스와 15세 때 집이 화재로 불타면서 얼굴과 상반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그 상처를 극복하고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로 우뚝 선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등이다.

“클래식 음악 자체의 힘과 함께 연주자, 작곡가의 삶에서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뉴욕필하모닉을 이끌며 이미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번스타인이 50대의 나이에 다시 유럽 무대에 도전한 사실을 늘 생각합니다. 성공했다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자신을 돌아보며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을 제 인생의 마지막까지 잊지 않으려 합니다.”

민 원장은 며칠 전 모교인 광주고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고 화순의 초등학생, 중학생들과 함께 연주하는 등 청소년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

“아이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니 참 좋았어요. 음악은 훈련입니다. 일정량의 훈련양이 쌓이지 않으면 늘지를 않아요. 공부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학습도, 훈련도 참고 견디는 시간이 있어야 도약의 시간에 도달합니다. 학창시절에 음악을 하는 것은 시간을 아껴쓰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해요. 일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잡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민 원장은 마음을 열고 클래식 음악과 친해져 보라고 권한다.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요. 예전에는 음악을 듣는게 번거로웠지만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음악과 연주자, 작곡가에 대한 배경과 스토리를 따라가며 음악을 듣는 것도 좀 더 친근하게 클래식과 연결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전남대를 거쳐 스탠퍼드 대학 등에서 분자영상학을 연구한 민 원장은 핵의학과 분자영상학 분야의 국내 대표 학자로 200여편의 SGI급 논문을 발표했으며 한국인 최초로 세계분자영상학회 석학회원으로 선출됐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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