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무죄…검찰, 사과하고 상고 포기해야
2025년 10월 30일(목) 00:20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들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검찰의 위법적이고 강압적인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고법 형사2부는 28일 살인·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70대 아버지와 40대 딸에 대한 항소심 재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과거 재판에서 1심 판결을 뒤집었던 결정적 근거가 된 부녀의 자백을 검찰의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로 판단해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은 2009년 7월 막걸리를 나눠 마신 주민 2명이 숨지자 검찰이 이들 부녀가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넣어 아내와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기소해 충격을 준 사건이다. 검찰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데도 패륜치정이라는 끔찍한 범행 동기를 만들어 조작했다. 무죄를 이끌어 낸 박준영 변호사는 “검사들이 머릿속에 그려둔 시나리오를 피고인들에게 주입하며 회유했고 기만과 이간으로 부녀 관계까지 흔들었다”고 비판했다.

무죄 판결로 16년 만에 누명을 벗은 부녀는 법정 밖으로 나온 뒤에도 허망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현장에는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24년만에 재심에서 누명을 벗은 김신혜씨 등이 참석해 기쁨을 같이 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인해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뒤늦게 명예회복을 했다지만 잃어버린 세월은 형사보상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검찰은 면밀하게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검찰이 할 일은 또 다시 피해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와 함께 진범을 찾기 위해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다. 무리한 기소로 밝혀졌는데도 잘못한 검사에 대한 패널티 없이 기계적으로 항소와 상고를 반복하는 검찰 시스템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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