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의 다양한 설화로 알록달록한 동화 쓸게요”
2025년 09월 21일(일) 19:05
영암 소재로 동화책 4권 펴낸 서울 출신 은는이가 작가
집 짓고 살고 싶어 독일 생활 접고 귀국…9년 전 영암에 둥지
“뾰족한 서울살이서 귀촌 후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작가 은는이가가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 ‘염치’와 행복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 <은는이가 제공>

월출산의 신묘한 기운을 받기 위해 산을 오르던 중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별 천지에 빠져든 박 도령, 맨흙을 퍼서 옹기를 만들어 팔아 큰 돈을 번 영암 옹기촌 사람들, 월출산을 하산하던 박씨가 바위틈에서 달디단 노란 꿀을 발견한 뒤 ‘꿀찾기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서울 출신 작가 은는이가(여·43·필명)가 지난해 4월부터 영암의 설화를 주제로 펴낸 동화책의 내용이다. 이 작가는 ‘바위틈 별천지’, ‘배짱 좋은 옹기촌 사람들’ (이상 책마을 해리) 등 4권의 책을 출간했다.

이 작가는 영암에 온 지 2년이 됐을 때 도서관에서 설화를 처음 접했고 살고 있는 지역의 옛날 이야기에 매력을 느껴 내용에 색을 입히고, 드라마틱하게 꾸며 책으로 내게 됐다.

이 작가는 9년 전 동갑내기 남편과 영암군 학송리에 정착해 벽돌집을 짓고 강아지 4마리와 동고동락하며 살아가고 있다. 수도권을 벗어나본적 없었던 두 사람이 짜장면도 배달되지 않고 마트도 없는 월출산 자락 아래 터를 잡은 이유는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서울 시립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이 작가는 같은 학부에서 만난 남편과 30대에 예술가의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어 독일 베를린으로 이민을 떠났다. 하지만 부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독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남편이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 역시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죠. 곧장 한국으로 돌아와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무모하지만, 용감한 도전이었죠.”

남편은 ‘500만 원으로 더덕밭이 딸린 시골집을 산 해남의 70대 노부부’ 이야기를 접하고 이 작가에게 “남쪽 동네로 내려가 살자”고 제안했다. 부부는 고심 끝에 ‘택배’와 ‘인터넷’이 가능하고 예산 조건에 부합하는 영암군 학송리에 터를 잡게 됐다. 부부는 지붕을 올리는 일을 제외하고 설계·설비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이 작가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난생처음 시골살이’(티라미수 더 북)를 펴냈다.

영암 생활에 어느새 완전히 적응한 이 부부의 일상은 평화롭다. 아침 8시 기상 후 함께 아침 식사를 마치면 영상 제작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복층 사무실로 출근하고 강사와 예술 활동을 병행하는 이 작가는 집 앞 작업장으로 향한다. 해 질 무렵에는 해넘이를 바라보며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선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돌아와 저녁을 먹다 보면 하루가 저문다.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와 장소에 얽힌 역사가 많은 영암은 매력적인 지역이에요. 멈춰있는 듯한 풍경, 조용한 동네는 책을 쓰는데도 안성맞춤이죠. 앞으로도 영암의 다양한 설화를 주제로 한 알록달록한 동화를 쓰고 싶어요.”

이 작가는 뾰족한 잣대로 세상을 재단했던 서울에서의 삶과 달리 귀촌 후에는 유한 시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서는 같은 학교, 같은 예술 집단 등 비슷한 사람들만 만났고 비슷한 범주에 속해 있지 않던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시골살이를 통해 숨을 돌리고, 한 발자국 떨어져 생각해보니 남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고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확장됐다”고 웃어보였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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