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낭만이 열리다
2025년 09월 01일(월) 20:40 가가
낯선 음악에 스며들다
국적·장르·언어 각기 다른 음악 향연
ACC재단, ‘엑스뮤직페스티벌’ 성황
밴드 터치드·카더가든 등 무대 열광
국적·장르·언어 각기 다른 음악 향연
ACC재단, ‘엑스뮤직페스티벌’ 성황
밴드 터치드·카더가든 등 무대 열광
“터치드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왔어요. 아침 8시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공연이 너무 기대돼요.”
지난 31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 앞에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비가 내린 뒤 찜통의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여m에 달하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인기 밴드 터치드의 무대를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ACC 엑스뮤직페스티벌(ACC XMF)’이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 일원에서 열렸다. 이번 축제는 ACC 개관 10주년을 맞아 ACC재단이 기존 ‘ACC월드뮤직페스티벌’을 새롭게 리브랜딩해 선보인 행사다. 국적과 장르, 언어가 각기 다른 음악이 무대를 채우며 광주 시민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음악적 향연을 선사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ACC XMF에는 세계 음악의 최전선을 달리는 국내외 아티스트 20여팀이 참여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개막식 ‘X의 제전’. 김도연 퀸텟을 비롯해 배일동, 전송이, 피터 에반스, 필립 골럽, 샘 미나이, 전주판소리합창단 등이 참여한 무대였다. 재즈아티스트와 국악인의 만남은 ‘계획된 즉흥’을 통해 장르와 국적의 경계를 허무는 연주를 만들어냈다.
비명 같기도, 동물의 울음소리 같기도 한 목소리와 연주가 겹겹이 쌓이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다시합시다’라는 회문(回文·앞뒤로 읽어도 같은 글귀)을 통해 기존 예술의 규범을 허물고 새로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동시에 ‘다시합(合)시다’라는 표현으로 연대와 공동체의 의미도 담았다.
일렉트로닉 월드뮤직 듀오 애니멀 다이버스의 공연도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호주 원주민 전통 관악기 ‘디저리두’, 원형 철판으로 몽환적인 음색을 내는 유율타악기 ‘핸드팬’, 일렉트릭 기타가 어우러진 독특한 공연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낯선 음악에 자리를 지키던 관객들도 연주가 이어지자 하나둘씩 몸을 흔들며 음악에 몰입했다.
멤버 조현은 “팀의 작은 꿈 중 하나였던 ACC XMF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 보컬 없는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하지만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고 꿈을 이루려는 우리의 방향성이 이번 축제와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날인 30일에는 싱어송라이터 카더가든과 오존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가까이서 공연을 보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선 관객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만난다는 기대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 아티스트는 새 앨범 수록곡 ‘BIG BIRD’와 ‘BETTER’는 물론 미발표곡과 ‘Home Sweet Home’ 등을 선사하며 호응을 이끌었다.
관객 정우석(28)씨는 “카바카 피라미드의 레게 공연 등 다른 무대도 즐거웠지만 역시 카더가든과 오존 공연이 가장 좋았다. 평소 이들의 음악을 자주 듣는데 현장에서 직접 공연을 볼 수 있어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밴드 터치드의 폐막 무대였다. 강렬한 라이브와 퍼포먼스로 주목받는 터치드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팀이다. 이들을 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광주를 찾은 관객도 있었다. 오만정(여·30)씨는 “어제 저녁 광주에 도착해 아침부터 공연을 기다렸다. 가장 기대되는 곡은 신곡 ‘Get Back’”이라며 “ACC XMF 덕분에 터치드 공연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어 신난다”고 말했다.
터치드의 공연이 시작되자 ACC 광장은 순식간에 락페스티벌 현장으로 바뀌었다. 밴드는 ‘Hi Bully’, ‘야경’, ‘새벽별’, ‘Highlight’ 등 곡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관객들 일부는 어깨를 붙잡고 열차를 만들거나 강강술래를 하듯 서로 부딪히며 ‘슬램(메탈·락 공연에서 관객들이 둥글게 모여 몸을 부딪는 춤)’을 즐기기도 했다.
원일 예술감독은 “공연 입장권 가격이 다소 올랐음에도 지난해보다 62%나 판매량이 늘어 수치상으로 좋은 결과를 보였다. 더운 시간을 피해 저녁 공연을 진행하고, 다채로운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ACC XMF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확립해 음악 애호가들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지난 31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 앞에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비가 내린 뒤 찜통의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여m에 달하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인기 밴드 터치드의 무대를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개막식 ‘X의 제전’. 김도연 퀸텟을 비롯해 배일동, 전송이, 피터 에반스, 필립 골럽, 샘 미나이, 전주판소리합창단 등이 참여한 무대였다. 재즈아티스트와 국악인의 만남은 ‘계획된 즉흥’을 통해 장르와 국적의 경계를 허무는 연주를 만들어냈다.
일렉트로닉 월드뮤직 듀오 애니멀 다이버스의 공연도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호주 원주민 전통 관악기 ‘디저리두’, 원형 철판으로 몽환적인 음색을 내는 유율타악기 ‘핸드팬’, 일렉트릭 기타가 어우러진 독특한 공연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낯선 음악에 자리를 지키던 관객들도 연주가 이어지자 하나둘씩 몸을 흔들며 음악에 몰입했다.
멤버 조현은 “팀의 작은 꿈 중 하나였던 ACC XMF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 보컬 없는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하지만 스스로 한계를 두지 않고 꿈을 이루려는 우리의 방향성이 이번 축제와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날인 30일에는 싱어송라이터 카더가든과 오존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가까이서 공연을 보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선 관객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만난다는 기대감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 아티스트는 새 앨범 수록곡 ‘BIG BIRD’와 ‘BETTER’는 물론 미발표곡과 ‘Home Sweet Home’ 등을 선사하며 호응을 이끌었다.
관객 정우석(28)씨는 “카바카 피라미드의 레게 공연 등 다른 무대도 즐거웠지만 역시 카더가든과 오존 공연이 가장 좋았다. 평소 이들의 음악을 자주 듣는데 현장에서 직접 공연을 볼 수 있어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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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터치드의 공연 모습. |
터치드의 공연이 시작되자 ACC 광장은 순식간에 락페스티벌 현장으로 바뀌었다. 밴드는 ‘Hi Bully’, ‘야경’, ‘새벽별’, ‘Highlight’ 등 곡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관객들 일부는 어깨를 붙잡고 열차를 만들거나 강강술래를 하듯 서로 부딪히며 ‘슬램(메탈·락 공연에서 관객들이 둥글게 모여 몸을 부딪는 춤)’을 즐기기도 했다.
원일 예술감독은 “공연 입장권 가격이 다소 올랐음에도 지난해보다 62%나 판매량이 늘어 수치상으로 좋은 결과를 보였다. 더운 시간을 피해 저녁 공연을 진행하고, 다채로운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ACC XMF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확립해 음악 애호가들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