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비 부풀리기 의혹 수사에 지방의회 출장 취소 잇따라
2025년 08월 31일(일) 19:35
항공권 위·변조 등 수사 본격화
경찰, 광주 3개 기초의회 압수수색
전남 지역도 15개 시·군의회 조사
곳곳 예산 반납도 줄이어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 지방의회가 국외 출장을 나가면서 출장비를 부풀려 예산을 과다 지출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광주에서만 ‘국외 출장비 부풀리기’ 의혹으로 수십여명에 이르는 관련자들을 입건하고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속도를 높이면서 지방의회가 긴장하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는 하반기 연수를 앞두고 수사 압박이 조여들면서 올해 출장을 취소하는 등 몸을 사리는 모양새도 감지된다.

광주경찰청은 지난 29일 광주시 동·서·광산구의회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중 각 지방의회 사무국에 수사관을 보내 업무용 컴퓨터 등에 저장돼 있던 출장비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광주시의회와 광주시 동·서·광산구의회 직원들, 해외출장을 동행한 여행사 대표 등 10여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여 왔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의 경우 광주시의회 시의원과 직원을 직접 입건하지는 않아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광주시의회 수사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 확대가 점쳐지고 있다.

전남경찰청도 전남도의회, 15개 시·군 의회 의원들과 직원, 여행사 대표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혐의가 입증되는 경우 입건할 방침이다.

광주시 남·북구의회와 전남 7개 시·군의회는 권익위에서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아직까지 지방의회 의원을 입건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망이 좁혀 오자 광주·전남 각 지방의회에서는 올해 공무 국외 출장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광주시 동구의회는 지난 6월 “고물가·경기침체로 어려운 시기 예산을 아끼자”면서 공무 국외 연수 예산 3000여만원을 반납했다.

고흥군의회도 지난달 25일 폭염과 수해, 지역경제 위축 상황을 고려한다며 올해 공무 국외 출장 예산 9000여만원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수시의회는 최근 사전 출장 검토제, 주민 의견수렴 및 위원회의결 등 강화된 연수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올해 공무 국외출장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이에 광주·전남 시민들 사이에서는 각 지방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 수사 등으로 인해 여론이 더 악화되는 것을 피하려고 국외 출장을 줄줄이 취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취소 사유로 민생 회복, 자연재난 대응 등을 앞세웠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 234곳을 대상으로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지방의원 국외출장 실태를 전수 점검하고 수사 의뢰를 한 데 따라 이번 사건 수사를 개시했다.

국민권익위는 이 기간 전국 지방의회에서 출장 915건에 예산 355억여원이 지출됐으며, 지자체 예산으로 진행된 출장에 지방의원이 동행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1400여건에 400억여원이 지출된 점을 확인했다. 이 중 지방의원 출장 건 중 44.2%(405건)는 항공권을 위·변조해 실제 항공료보다 많은 금액을 예산으로 지출하도록 한 정황을 적발했다. 예산으로 입장료·가이드비 등 기타비용을 부정하게 지급하거나 출장자가 자기 출장을 ‘셀프 심사’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를 남긴 사례, 결과보고서를 여행사에 대필해 줄 것을 맡기는 등 문제도 드러났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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