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거장 신작부터 독립영화까지…영화 애호가들을 사로잡다
2025년 08월 26일(화) 20:05 가가
광주극장, 올 가을 ‘라인업’ 풍성
‘내 말 좀 들어줘’·‘3학년 2학기’ 등
11월까지 ‘시네마 다이어리’ 진행
‘내 말 좀 들어줘’·‘3학년 2학기’ 등
11월까지 ‘시네마 다이어리’ 진행
올가을 광주극장이 영화 애호가들을 사로잡을 다채로운 작품들로 물든다. 세계 거장의 신작부터 한국 독립영화, 실험적 프로젝트까지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라인업이 스크린을 채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월터 살레스 감독의 ‘아임 스틸 히어’다. 1971년 브라질 군사 독재 정권하에서 벌어진 강제 실종 사건을 다룬 영화로, 작가 마르셀로 파이바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다. 변호사이자 정치 활동가였던 루벤스 파이바가 군사정권의 탄압 속에 실종된 실화를 바탕으로, 아내 유니스가 다섯 자녀를 홀로 키우며 남편의 행방과 진실을 밝히려 평생을 바친 여정을 그린다.
살레스 감독은 “어린 시절 파이바 가족과 가까이 지냈다. 이 이야기를 반드시 전해야 한다고 느껴 준비에만 7년을 쏟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절제된 연기와 담백한 연출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베니스 국제영화제 각본상과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이어 마이크 리 감독의 ‘내 말 좀 들어줘’(오는 31일까지)가 상영된다. 영화는 런던 교외에 사는 중년 여성 팬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언제 어디서든 할 말을 참지 못하는 그녀가 남편·아들과 갈등을 빚고, 여동생 샨텔과는 대립과 화해를 오가며 서로의 내면을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다.
국내외 감독들의 실험적이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도 시네필들의 시선을 붙든다.
노영석 감독의 ‘THE 자연인’은 11년 만의 복귀작이자 1인 제작 프로젝트다. 각본·연출·편집까지 감독이 직접 해낸 작품으로, 유튜버들이 귀신 콘텐츠를 찍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괴랄한 서바이벌 코미디’다. 배우들이 산속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체득한 생생한 에너지가 풍자와 웃음을 안긴다.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은 문학적 접근으로 세계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신작 ‘너는 나를 불태워’(27일 개봉)는 체사레 파베세의 ‘레우코와의 대화’ 일부를 각색해,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여성 인물과 파베세의 삶을 교차시킨다. 시적 파편과 각주가 스크린 속에 등장하며, 16㎜ 필름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질감은 관객에게 책을 읽는 듯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신예 감독들의 참신한 도전도 주목할 만하다. 조희영 감독의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9월 2일 개봉)는 어느날 실종된 정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진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것과 믿는 것의 간극’을 탐구한다.
9월 3일 개봉작은 박준호 감독의 ‘3670’. 종로 3가 지하철역에서 만난 탈북 청년 철준과 동갑내기 영준은 경계를 넘어선 우정을 나눈다. 두 인물의 예기치 못한 감정의 파장을 담아내는 한편 탈북 청년의 내밀한 시선을 다룬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9월 3일 개봉)는 중소기업 현장 실습에 나선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학교가 아닌 공장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학기’는 사회생활의 설렘과 두려움, 첫 이별의 아픔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청춘의 ‘단짠단짠’한 현실을 오늘을 사는 청소년의 목소리로 스크린에 옮겼다.
광주극장은 영화와 관객이 직접 대화하는 프로그램도 이어간다.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는 ‘시네마 다이어리, 해피아워’는 영화인들이 추천한 작품을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누는 기획이다.
오는 30일에는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2011)이 예정돼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 추천작으로, 두 장의 앨범을 남기고 사라진 전설의 록 스타 ‘슈가맨’을 찾아 떠나는 두 팬의 여정을 그린다. 음악과 추리, 삶과 발견이 어우러지는 작품이며, 상영 후 진 감독과 사진가 박일구의 토크가 이어진다.
광주극장 김형수 전무는 “이번 라인업은 거장의 깊이 있는 시선부터 실험적 도전까지 폭넓게 아우른다”며 “가을 극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이 관객들의 일상에 작은 울림과 사유의 시간을 선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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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스틸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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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 |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은 문학적 접근으로 세계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신작 ‘너는 나를 불태워’(27일 개봉)는 체사레 파베세의 ‘레우코와의 대화’ 일부를 각색해,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여성 인물과 파베세의 삶을 교차시킨다. 시적 파편과 각주가 스크린 속에 등장하며, 16㎜ 필름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질감은 관객에게 책을 읽는 듯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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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
9월 3일 개봉작은 박준호 감독의 ‘3670’. 종로 3가 지하철역에서 만난 탈북 청년 철준과 동갑내기 영준은 경계를 넘어선 우정을 나눈다. 두 인물의 예기치 못한 감정의 파장을 담아내는 한편 탈북 청년의 내밀한 시선을 다룬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9월 3일 개봉)는 중소기업 현장 실습에 나선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학교가 아닌 공장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학기’는 사회생활의 설렘과 두려움, 첫 이별의 아픔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청춘의 ‘단짠단짠’한 현실을 오늘을 사는 청소년의 목소리로 스크린에 옮겼다.
광주극장은 영화와 관객이 직접 대화하는 프로그램도 이어간다.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는 ‘시네마 다이어리, 해피아워’는 영화인들이 추천한 작품을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누는 기획이다.
오는 30일에는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2011)이 예정돼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 추천작으로, 두 장의 앨범을 남기고 사라진 전설의 록 스타 ‘슈가맨’을 찾아 떠나는 두 팬의 여정을 그린다. 음악과 추리, 삶과 발견이 어우러지는 작품이며, 상영 후 진 감독과 사진가 박일구의 토크가 이어진다.
광주극장 김형수 전무는 “이번 라인업은 거장의 깊이 있는 시선부터 실험적 도전까지 폭넓게 아우른다”며 “가을 극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이 관객들의 일상에 작은 울림과 사유의 시간을 선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