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2라운드가 시작된다. 국회는 다음 주부터 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7개 부처 장관에 대한 국회 청문 절차를 진행한다. 초대 내각을 빠르게 완성하려는 여당과 송곳 검증으로 존재감을 확인시키려는 국민의힘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청문회에서 공격수는 야당 의원들이다. 후보자의 자질과 각종 의혹을 파헤쳐 정치적으로 득점하기에 좋은 조건인데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 후보자 검증 못지않게 이들 국회의원을 검증하는 ‘국민 검증’이 날카롭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주인공은 후보자가 아닌 야당 의원들이었다. 한 의원은 2억원의 재산을 추궁하다 자신의 수십억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에 휩싸였고 본인의 병역면제 사유까지 밝혀져 ‘OO수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체성을 의심받는 의원도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말했다가 항의를 받고 “광주민주화운동, 됐어요?”라며 웃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이 도심에서 자국민을 학살한 범죄를 45년이 지난 지금도 ‘사태’라 말하는 사람을 어떻게 ‘보수’라 할 수 있을까. 또 어떤 의원은 총리직 사퇴를 요구하며 시원한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밥에 커피를 마시고 텐트 속에서 농성 하다가 ‘웰빙 캠핑’이라는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야구 격언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남다른 노력과 능력으로 1루와 2루를 지나 3루에 도달한 사람도 있지만 좋은 교육환경과 탄탄한 인맥 그리고 안정적인 재산 등 특수한 환경 덕분에 3루라는 공간에 있으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인사청문회는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살펴보고 정책 역량을 검증하는 중요한 절차다. 이번에는 특히 ‘국민 검증’을 통해 후보자뿐만 아니라 청문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검증 열기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후보 검증과 의원 검증 사이에 누가 3루에서 태어났는지, 3루타를 쳤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유제관 제작총괄국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