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 땐 문책 한다는데…광주·전남 인력 없어 속수무책
2025년 06월 16일(월) 20:50
이 대통령 “관리 못해 발생땐 세게 문책…지자체 빨리 신고”
예산·인력 크게 부족…시스템도 없어 침수 대책 ‘발등의 불’

16일 찾은 광주시 동구 계림동 1091번지 도로에 설치된 빗물받이 덮개 아래 담배꽁초가 가득 찼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홍수통제소를 찾아 “돈 없어서 (빗물받이) 관리 못한다는 지자체, 빨리 신고하라고 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데도, 관리 엉터리로 해 수재 발생하면 문책을 아주 세게 하겠다”고도 했다.

광주·전남의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지자체 침수 대응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철저한 침수 피해 대책을 주문했지만 정작 예산과 인력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지 못하는 지자체 분위기도 읽힌다.

당장, 집중 호우로 도로 일대가 침수되는 원인으로 꼽히는 ‘빗물받이’ 막힘 문제만 하더라도 광주에만 9만 8000여개 시설이 있지만 점검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실시간 대응을 할 재난안전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자치단체가 적지 않다.

16일 광주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각 자치구는 총 43곳의 침수위험구역을 지정하고 침수 피해에 대응하고 있다.

동구는 계림동 1087·1091번지를 포함해 2곳을, 서구는 서석고 인근, 동남아파트 등 4곳을, 남구는 백운광장, 진월동 한신아파트 인근 등 8곳을 침수취약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북구는 북구청 사거리, 말바우사거리 등 11곳, 광산구는 상습 침수지역 18곳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장마철을 앞두고 침수위험 구역을 직접 확인해보니 일부 구간은 쓰레기 등으로 가득 차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남구 광복마을4길 500m 구간의 경우 격자형 빗물받이 22개를 살펴보니 이 중 6곳은 관 입구의 절반 이상이 낙엽과 흙, 담배꽁초로 막혀 있었다. 라바콘과 고무 마개 등이 올려져 작은 이물질이 낀다면 쉽게 구멍이 막히는 빗물받이도 눈에 띄었다.

또다른 침수위험지역인 동구 계림2구역 200m 구간에서도 하수구 10개 중 4개의 빗물받이가 막혀 있었다. 1곳은 관 입구가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이었다.

제 기능을 못하는 빗물받이 정비가 시급하지만 지역 내 시설을 점검할 현장 인력이 없어 사실상 전 구간 점검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광주시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총 9만 8020개로, 광산구(3만9677개)가 가장 많고 서구(2만8138개), 북구(1만3906개), 동구(8044개), 남구(8255개) 등이다. 하지만 정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구는 283명의 빗물받이 시설 현장관리단이 18개동을 관리하고 있어 한 명당 99개의 빗물받이를 점검해야 해 제대로 된 관리가 쉽지 않다. 동구도 13개동 빗물받이 관리 인원으로 272명 한 명당 30여개의 빗물받이를 관리해야 하지만 다른 업무도 병행해야해 신고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자치구별 상황실도 갖춰져 있지 않아 재난 감시용 CCTV, 기상 데이터 등을 실시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광주시가 상시 감시 체계를 갖춘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5개 자치구는 24시간 대응 시스템이 없어 주간에는 담당 부서, 야간에는 당직실 근무를 통해 임시 대응하는 방식이다.

CCTV 관제나 기상정보 실시간 확인, 재난 문자 발송, 직원 비상소집 같은 핵심 기능이 부서별로 분산돼 있는 만큼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게 재난 대응 전문가들 지적이다.

동구가 최근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2억4000만원을 확보, 상황실 구축에 나섰고 남구도 5억7000만원 규모의 예산을 신청한 상태지만 올해 장마철 전에 갖춰질 지는 미지수다.

배수관로 예산도 광주시 지원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남구는 배수관로 개보수 작업을 위한 예산으로 광주시에 6억원을 신청했으며, 광산구는 2억 5000만원, 북구는 총 16억원을 신청했다.

광주시는 16일까지 지자체 대상 우기철 대비 배수관 준설 등 소요 예산을 조사하고 취합해 행정안전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광주시 남구 관계자는 “침수피해를 막기위해 자율방재단 등을 운영해 적극적으로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라며 “재난상황실을 조속히 구축, 실시간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 운영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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