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교란 장애물로 전락한 광주·전남 어도
2025년 06월 12일(목) 00:00
생태 통로 역할을 해야 할 광주·전남지역 어도(魚道)가 오히려 물고기들의 이동을 막는 장애물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3개월에 걸쳐 한국농어촌공사가 판정한 광주·전남지역 ‘불량’ 어도 114개를 일일이 현장 확인한 결과다.

점검해 보니 대다수의 어도는 입·출구의 높이 차이가 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여주기식으로 설치하다 보니 입·출구 단차가 커 물고기들이 이동하기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구조적인 설계 미흡이 원인이란 이야기다. 수량이라도 많으면 어도 기능을 할텐데 대다수 어도는 물 흐름이 끊겨 있고 관리 부실로 퇴적물이 쌓여 그나마 기능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어도의 70% 가량이 개·보수가 필요한 상태이고 전체의 절반 가량은 제 기능을 못하는 불량 어도였다. 특히 광주는 개·보수가 필요한 어도 비율이 83.3%로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 다음으로 높았고 전남도 불량 어도 비율이 74.7%에 달했다.

농어촌공사가 판단한 불량 어도는 구조적 기능만을 고려한 것인데 주변 환경이나 식생 등 생태계를 고려해 점검한다면 불량 어도 비율이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도는 생물학적 흐름을 고려해 보의 높이와 물 흐름 정도, 어종 이동 시기 등을 반영해 설치해야 생태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 더구나 어도를 오가는 국내 회유성 어종만도 147종이라는데 구조에만 신경써 만들다보니 이동 경로가 막혀 오히려 생태계 교란을 초래하는 장애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도를 보의 단순 부속물이 아니라 생명 인프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생태형 어도 설계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 망가진 생태 기능을 되살리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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