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고 자기 길 걷는 당대 젊은이들 모습 담고 싶었다”
2025년 06월 08일(일) 19:05 가가
보성 출신 정범종 작가 장편소설 ‘춘향의 친구’ 펴내
고전적 의미 춘향서 벗어나 현대적 의미 춘향에 초점
고전적 의미 춘향서 벗어나 현대적 의미 춘향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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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종 작가. |
보성 출신 정범종 소설가가 장편소설 ‘춘향의 친구’(문학들)를 들고 독자 곁으로 다가왔다. 숨 가쁘게 전개됐던 대선기간인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발간됐던 터라 시기상 다소 아쉬운 면이 있었다. 그러나 작가에게 소설은 소설이고 정치는 정치일 뿐이다.
그동안 정 작가는 희곡과 소설을 오가며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왔다. 글을 쓰는 틈틈이 사는 곳을 벗어나 가끔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는 그는 “다른 세상을 보려는 게 아니라 내가 머무는 곳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신초희와 김윤도, 민규는 ‘춘향전’을 연극으로 올리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신초희는 생계를 위해 한복 디자이너인 이모 옆에서 모델 일을 하고, 시간이 날 때면 베이비시터 알바를 한다. 문득문득 ‘연극배우로는 성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감에 영화판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부모의 기대를 받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연출가 김윤도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자금 문제로 고민을 한다. 아버지로부터 강남의 아파트를 물려받기 위해 위장 결혼까지 계획하고 있다. 대본을 맡은 민규는 ‘자기 표절’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관심을 뒀던 부분은 ‘판소리 춘향가’다. “판소리를 조선시대에다 두지 않고 지금의 시간으로 끌어왔다”며 “소설에 나오는 판소리 사설은 대부분이 옛것이 아닌 지금의 사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이들의 언어로 된, 당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사설을 위해 여러 시도와 노력을 기울였다”며 “특히 판소리 분위기에 젖으려고 ‘춘향가’ 완창을 여러 번 들었다”고 부연했다.
정 작가는 희곡과 소설의 경계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쓴다. “이야기와 마주치면 이게 어떤 장르에 맞을지 생각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어린이에게 들려주기에 좋은 이야기면 동화로 씁니다. 무대에 올려서 보여주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면 희곡으로 쓰구요. 여러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을 때는 장편소설로 쓰죠.”
한 장르도 제대로 집중하기 힘든데 그는 세 장르를 오가며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새연’이 선정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제주4·3평화문학상(소설),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광주시립극단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창작의 영역을 넓혀왔다.
갈수록 문학을 하기가 어려운 시대이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언어는 우리 삶의 바탕이며 언어를 지켜야 한다는 소명을 지니고 있다”는 말에서 심지 굳은 작가의 면모가 엿보인다. 정 작가는 “문학을 하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다른 분야의 분들도 다들 어려워 한다”며 “문학만이 어렵다고 여기지는 않고 힘닿는 데까지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그는 소설, 동화, 희곡을 꾸준히 쓸 예정이다. “가능한 한 이전보다 더 나은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계획입니다. 바람이라면 내 주위에서 더 많은 동식물, 다양한 생명체와 만나고 친구가 되는 것이지요.”
‘한편 정 작가는 지금까지 ‘칼과 학’, ‘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 ‘봄날의 새연’, ‘매사냥꾼』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