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예방, 중요한 것부터 준비하자- 이 길 용 구례군 부군수
2025년 05월 28일(수) 00:00
봄철 산불조심 기간이 지나고 산불위기 경보가 ‘관심’ 단계로 하향되었다. 산불 관계자들에게는 후련함보다는 무언가 큰 숙제를 떠안은 2025년 봄이었다.

지난 3월 경남·북에서 발생한 ‘괴물 산불’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규모와 위력으로 우리 국민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우리의 일상과는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산불이 도심지는 물론 바닷가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재난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 현실이 되었을 때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옛말은 말 그대로 과거의 것이 되었다.

6·25전쟁 이후 황폐화된 지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군민들의 십시일반 모금 운동으로 최초의 국립공원 지정을 이루어낸 구례군 또한 올해 봄은 유난히 더디 오고 더디 가는 듯하다.

봄철 산불조심 기간에 눈여겨 볼 지점이 하나 있다면 지난 3월 경남·북에 대형산불이 발생해 온 국민이 불안과 안타까움으로 마음 졸이던 그 시기에 산불 발생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산불 관련 안타까운 소식에 국민 모두가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산불 조심을 생활화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 산불 조심 표어에 등장하는 작은 실천들이 효과 있는 산불 대책이면서도 기후 및 산림 환경의 변화 등으로 재난화 되어가는 최근의 산불 앞에서는 최선일 수 없다.

올해 영남 지역의 대형산불을 겪으면서 표출된 조림 및 숲 가꾸기, 임도 등 산림정책에 대한 견해차부터 산불 진화 인력의 전문성 부족 및 처우개선, 산불 진화 헬기 노후화, 주민 대피 등 많은 의견들에 대하여 숙고가 필요하다.

특히 전라남도의 경우 22개 시군을 8개 권역으로 나누어 민간 헬기업체 3곳에서 임차한 산불 진화용 헬기 8대를 운용하고 있으나 이들 헬기의 기령은 모두 20년을 초과한 상태이며 50년이 넘은 기종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발생 빈도가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진화에 필수적인 헬기들의 노후화는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전남도는 매년 약 61억 9000만원의 임차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헬기 교체 및 장비 현대화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당장 개선해야 할 부분은 지금부터라도 정책에 반영하되 모든 논의와 결정들이 향후 50년 숲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50여 년의 국토 녹화운동을 통하여 산림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였으며 반세기 가꾸어온 우리의 숲을 보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은 놀라움과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산불·산사태 등의 산림 재난은 이러한 노력에 많은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향후 50년 산림 관계자들의 과제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돌아갈 집이 없는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생각하면 온 숲을 물들이는 녹음이 마냥 싱그러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움트는 새싹이 향후 50년 우리와 함께할 숲을 만들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산불로 무너진 일상이 하루빨리 제자리 찾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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