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 건강한 몸과 정신…‘실버태권도’로 삶에 활력 찾는다
2025년 05월 14일(수) 20:15
광산구 더불어락노인복지관서 2022년부터 실버태권도 프로그램 운영
‘파크 골프’ 이어 대세 스포츠로 주목…격파·미트 차며 스트레스 ‘훌훌’

14일 광주시 광산구 운남동 더불어락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실버태권도 수업에서 품새를 배우고 있다.

“태권!”

14일 오전 9시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광산구 운남동의 더불어락노인복지관 4층 체육관 밖으로 우렁찬 기합이 울려 퍼졌다. 체육관에는 ‘실버태권도’가 적힌 흰색 도복을 입은 40명의 어르신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흰 띠부터 주황, 초록, 검은 띠까지 각자 급수에 맞는 띠를 허리에 두른 어르신들의 품새 동작 연습은 진지하기만 했다.

사범의 “전체 차렷, 관장님께 인사” 구호에 맞춰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어르신들은 사뭇 달라진 눈빛으로 발 방향과 손 동작을 바꿔가며 앞으로 전진했고 “태권!”, “어이!” 우렁찬 기합을 지르며 기세를 내보였다.

태권도의 기초 동작과 정신을 수양하는 ‘태극일장’을 배우며 어르신들은 아래막기와 지르기 등 다양한 동작을 수행했다. 미트(타격용 패드) 차기가 시작되자 관장의 손에 들린 미트를 향해 달려가며 기합과 함께 하늘 높이 발을 뻗었다. 발이 엇나갈 때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정확하게 가운데를 차 시원한 소리가 날 때는 환하게 웃으며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어르신 스포츠의 대명사는 ‘파크 골프’지만 최근 근력과 체력, 정신력까지 키울 수 있는 ‘태권도’가 떠오르는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품새부터 겨루기, 격파, 호신술 등을 익히면서 몸과 정신을 모두 수양할 수 있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광산구는 2022년부터 더불어락노인복지관을 시작으로 ‘실버태권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에 2차례 1시간씩 진행된다.

첫 해 22명에 그쳤던 수강 인원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며 2023년 80명, 2024년 105명, 올해 120명으로 대폭 늘었다. 수강 신청에 실패한 대기 인원이 늘어나자 2023년 4월부터는 송정동 행복나루노인복지관과 쌍암동 첨단종합사회복지관으로 확장해 프로그램을 열었다.

광산구의 호응으로 인해 서구는 2023년 7월부터 서빛마루시니어센터(풍암동), 북구는 지난해 5월부터 태봉생활체육관(신안동)에서 실버태권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택시사업을 하고 있는 오의교(76)씨는 더불어락노인복지관 실버태권도 수업의 반장을 맡고 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해 축구를 즐겼던 오씨는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고 부담없이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찾다 실버태권도를 접하게됐다.

오씨는 “60년 전 태권도를 배웠던 기억을 살려 다시 시작하게 됐다. 태권도를 시작한 이후 인지력과 순발력이 좋아졌다는 걸 운전을 하면서 매일같이 느낀다. 태권도는 온 몸을 사용해야 하고, 기합을 질러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며 “167개의 동작을 모두 내 것으로 소화하고, 매순간 동작을 복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치매 예방에도 톡톡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40년 공직생활을 마친 김수일(77)씨도 지난해 3월 실버태권도를 시작했다.

김씨는 “일주일에 두번씩 체육관에 나와 도복을 입고 수련을 하다보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비만이던 체형도 균형잡힌 몸으로 바뀌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들은 움직이지 않으면 탈이 나는데 수업을 통해 고관절을 움직이고, 상·하체를 자극시키다보면 일상에서 다칠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무엇보다 정신무장을 할 수 있어 마음도 단단해진다”고 웃어보였다.

2022년 프로그램 시작부터 함께했던 이동원 실버태권도 관장은 “2년 전 무릎 수술을 앞둔 어르신이 수업을 듣겠다고 찾아왔다. 어르신은 수업을 통해 근력을 키웠고, 무릎 통증이 사라지면서 아직까지 수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숨이 차 5분도 채 걷지 못했던 한 어르신이 태권도로 체력을 키워 30분을 쉬지 않고 걸을 만큼 거뜬해진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관장은 “삶의 활력과 근력, 체력, 정신력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년기를 맞은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 더 많은 어르신들이 태권도를 통해 건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