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선 - 김대성 전남 서부·중부·전북 취재부장
2025년 04월 15일(화) 21:30
백 파이어(Back fire)라고 불리는 ‘맞불’은 불의 진행 방향에 또다른 불을 놓아 가연물이 될 수 있는 물질을 미리 태워 없애는 진화 방법이다. 2013년 미국 애리조나주 야넬힐 초대형 산불로 인해 순직한 소방관 19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Only the Brave·2017)에는 화마를 진압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맞불 작전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으로 구성된 ‘핫샷(Hotshot·산불 발생 초기 방어선 구축에 투입되는 소방대)’팀은 순식간에 몸집을 키우는 대형 산불을 잡기 위해 땅을 파고 나무를 잘라 경계선을 만든 뒤 맞불을 놓아 불을 끄거나 바람의 방향을 이용해 진화에 힘을 쏟는다.

맞불처럼 공격적이진 않지만 이와 비슷한 화재진압 방식이 방화선(Fire line) 구축이다. 방화선은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드는 공터로 산불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는 장벽 역할을 해 자연적으로 불을 꺼지게 하고 이동을 멈추게 한다. 방화선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벌목 도로, 사륜구동 트레일, 보조 도로 또는 고속도로와 같은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미국발 관세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모습이 대형산불에 숲이 타들어 가는 모습과 같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상호관세 정책 발표로 촉발한 세계 무역전쟁 양상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 산불 같다는 생각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물불 가리지 않는 막가파식 정책이 세계로 퍼져 모든 것을 태워 버릴 기세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무역 상대국에 부과하기로 했던 상호관세를 석 달가량 유예하기로 해 한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고율 관세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시간을 번 만큼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데 남은 기간 미국 측과 관세 협상을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 하는 것이 관건이다. 중국처럼 맞불 작전으로 갈 수 없는 만큼 방화선 구축을 포함해 적절한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협상에 총력 대응하는 한편 국내 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을 지속해서 강화할 시점이다.

/김대성 전남 서부·중부·전북 취재부장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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