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 송기동 예향부장
2025년 04월 13일(일) 22:00
광주 서구 서창 치안센터 맞은편에는 작은 비석 3기가 나란히 서 있다. 주민들이 세운 ‘농선대시주비’(農船大施主碑)와 ‘박호련시혜불망비’(朴浩連施惠不忘碑) 2기이다. 3개의 비석 모두 서창나루와 극락강 건너 들녘을 오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나룻배(農船), ‘나눔 실천활동’과 연관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농선대시주비’는 1769년 서창주민들이 농선을 만드는데 중심 역할을 한 한량 강선주와 통정 조창좌의 선행을 기억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이때 서일중(금액 3량)을 비롯한 많은 주민들이 나룻배를 만들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모금했다.

근대기 인물인 박호련은 가난과 물려받은 빚 때문에 타지로 나갔다 아내의 간곡한 권유로 심기일전해 고향인 서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룻배 사공을 하며 한 푼 두 푼 뱃삯을 모아 조금씩 빚을 갚아 나갔다. 1920년대에 제법 큰 재산을 모으며 자수성가한 그는 배를 곯고 대홍수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앞장서서 도왔다고 한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김장하(81) 선생의 삶과 철학을 조명하는 영화다. 무엇보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인사청문회 영상을 다시 보며 긴 안목에서 인재를 키운 김장하 선생의 큰 뜻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준 인물로 김장하 선생을 꼽으며 “제가 살아가는 것은 그분 말씀을 실천하는 것, 그것을 유일한 잣대로 저는 살아왔습니다”라고 답한다. 다큐에서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거다”

우리 사회를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권력자가 아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강을 건너야하는 농민들을 위해 나룻배를 마련해주고 굶주리는 이들에게 쌀을 건네며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는 이들…. 결코 평범하지 않게 나눔실천 활동을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온기를 돌게 한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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