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의 유혹 - 박진표 경제부장
2025년 04월 09일(수) 22:00 가가
대선이 다가오면 주식시장은 익숙한 풍경을 반복한다. 실적도 산업 전망도 아닌 ‘정치적 연고’만으로 출렁이는 주가, 이른바 정치 테마주의 등장이다. 대선 후보와의 동문, 고향, 인맥 하나로 종목에 불이 붙기도 하고 폭락하기도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진 지난 4일에도 정치 테마주는 요동쳤다. 이날 하루에만 308개 종목에서 VI(주가 급변 시 2분간 거래 제한) 조치가 발동됐다. 대부분이 정치인 관련 종목이었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된 ‘소프트캠프’는 하루 동안 18차례나 급등락을 반복했다.
과거 대선 때도 다르지 않았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서울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보성파워텍’ 등이 급등했지만 당선 이후 급락했고 이듬해 7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투자자 대다수는 고점에 물려 큰 손실을 봤다. 2017년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후보 관련주로 분류된 ‘오성첨단소재’ 등이 선거 전 폭등했다가 급락했고 일부는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정치 테마주는 늘 비슷한 결말을 남겼다.
대선 테마주 광풍은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2020년 미국 대선 때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자 친환경 정책 기대감에 신재생에너지주가 급등했지만 상당수는 곧 조정을 받았다. 정권 교체 기대가 반영된 이후 실적과 무관한 종목들은 예외 없이 하락했다. 이처럼 정치 테마주는 감정, 소문, 막연한 기대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도 그에 휘둘리면 제 기능을 잃는다.
워런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은 “시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감정적 투자에서 비롯된다”고 했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는 “과도한 기대와 열광은 시장을 비이성적으로 몰고 간다”고 경고했다.
광주·전남 역시 정치 테마주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지역이다. 정치 의식이 높은 지역일수록 테마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지하는 인물’이라는 정서적 연대감은 이성적 판단마저 흐리게 한다.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이 6월 3일로 확정됐다. 이번 대선도 역시나 예외 없이 지나가고, 잘못된 테마주 투자는 계좌에 오래도록 생채기를 남길 것이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
과거 대선 때도 다르지 않았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서울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보성파워텍’ 등이 급등했지만 당선 이후 급락했고 이듬해 7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투자자 대다수는 고점에 물려 큰 손실을 봤다. 2017년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후보 관련주로 분류된 ‘오성첨단소재’ 등이 선거 전 폭등했다가 급락했고 일부는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정치 테마주는 늘 비슷한 결말을 남겼다.
광주·전남 역시 정치 테마주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지역이다. 정치 의식이 높은 지역일수록 테마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지하는 인물’이라는 정서적 연대감은 이성적 판단마저 흐리게 한다.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이 6월 3일로 확정됐다. 이번 대선도 역시나 예외 없이 지나가고, 잘못된 테마주 투자는 계좌에 오래도록 생채기를 남길 것이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