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빌런 - 김지을 사회부장
2025년 04월 07일(월) 22:00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점과 회복력이 동시에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5일 ‘한국 민주주의가 무모한 지도자를 이긴 방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12·3 비상계엄과 이후 122일 간 한국 민주주의를 조명한 내용이다. NYT는 비상계엄에 즉각적으로 대응한 시민사회의 원상 회복력이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독재 종식, 자유선거, 권력남용 지도자 축출 등 모든 주요 정치적 이정표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뒤에 성취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도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명시했다.

정작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눈 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정부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성적표를 많이 깎았다. 스웨덴 예태보리대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는 지난 3월 발표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5’를 통해 2024년 한국을 ‘선거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했다. 지난 1993년부터 줄곧 유지해 온 최상위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단계 낮은 ‘선거 민주주의’로 등급이 하락한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도 지난 2월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서 한국을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했다. 2020년부터는 4년 연속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였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2월 공개한 ‘2025 세계자유지수’ 보고서도 한국 점수를 지난해보다 2점 하락한 100점 만점 중 81점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직면한 큰 위협 중 하나인 선출된 지도자들이 민주적 제도를 공격하는 것을 부각시켰다”며 위헌적 비상계엄을 콕 짚었다.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빌런’들 때문에 애먼 국민들만 고통받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수고 많았다”는 말이다. 우리 국민들이 들어야 할 위로다.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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