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03월 30일(일) 22:00 가가
목포 출신 이난영은 일제강점기 ‘불멸의 가인(歌人)’으로 불렸다. ‘목포의 눈물’로 가요계 스타로 부상한 그는 ‘목포는 항구다’ 등 주옥같은 노래를 발표했다. 특유의 비음과 애상적 창법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이난영의 노래에는 남도 판소리 가락에서 느끼는 한(恨)과 같은 감성이 드리워져 있다. ‘목포의 눈물’은 후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애창곡이자 호남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 해태 타이거즈(KIA 타이거즈의 전신)의 응원가로 널리 알려졌다.
올해로 가수 데뷔 60주년을 맞은 ‘영원한 오빠’ 남진은 한국 대중 음악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수많은 별들이 뜨고 지는 대중 가요계에서 철저한 자기관리와 프로정신으로 오랜 세월 정상을 유지해왔다.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60주년 기념 콘서트는 “역시 남진”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화려한 무대였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송대관도 생전에 남도의 정서를 담은 트로트곡을 많이 발표했다. 데뷔 후 오랜 무명시절을 보냈던 그는 1975년 ‘해뜰날’로 MBC 가수왕에 오르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이후 ‘차표 한 장’, ‘네 박자’, ‘고향이 남쪽이랬지’ 등 서민적인 노랫말이 담긴 노래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트로트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복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선사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트로트를 소재로 한 전시를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복합전시2관(8월 24일까지)에서 진행 중이다. 주제인 ‘애호가 편지’는 1세기 전 팬레터를 뜻하는 말로, 트로트가 유행하던 시절 가수들에게는 엄청난 양의 팬레터가 쏟아졌다고 한다.
잇따른 대형 참사와 탄핵국면으로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에 짓눌려 있다. ‘친위 쿠데타’로 명명되는 비상계엄부터 179명 희생자를 낸 제주항공 대참사, 그리고 대규모 산불피해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개월은 숨가쁜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쨍 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라는 송대관의 ‘해뜰날’의 노랫말처럼 그런 날이 하루 빨리 돌아오길 기대한다.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
잇따른 대형 참사와 탄핵국면으로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에 짓눌려 있다. ‘친위 쿠데타’로 명명되는 비상계엄부터 179명 희생자를 낸 제주항공 대참사, 그리고 대규모 산불피해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개월은 숨가쁜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쨍 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라는 송대관의 ‘해뜰날’의 노랫말처럼 그런 날이 하루 빨리 돌아오길 기대한다.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