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정세랑 지음
2025년 03월 28일(금) 00:00
창비장편소설상을 비롯해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며 탄탄한 작품세계를 입증한 바 있는 정세랑은 믿을 수 있는 소설가다. 그동안 작가는 적잖은 장편소설을 펴내며 문단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퍼즐과 같은 다채로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이후의 작품을 기대하게 했다.

정세랑 작가가 이번에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를 발간했다. 표제작 ‘옥사에서 만나요’ 외에도 ‘웨딩드레스 44’, ‘효진’, ‘알다시피, 은열’, ‘보늬’, ‘영원히 77 사이즈’, ‘해피 쿠키 이어’, ‘이혼 세일’, ‘이마와 모래’가 담겨 있다.

지난 2018년 초판 발행 이후 7년 만에 나온 이번 개정판으로 소설집은 저자가 꼼꼼하게 원고를 손봤다. 달라진 용어와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반영했으며 개연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건을 교체하기도 했다.

표제작 ‘옥사에서 만나요’는 연대의 힘을 담은 이야기이다. 직장의 부조리한 대우와 성희롱에 고민하던 주인공이 언니들의 주술비급서를 물려받고 절망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작가가 처음 쓸 때 즐겁게 창작을 하고 반응도 좋았던 ‘웨딩드레스 44’는 결혼할 여성들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작가는 제도로서의 결혼에 대한 서사에 초점을 맞췄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7년 전의 결혼 이야기와 지금의 결혼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 사유해볼 수 있다.

정 작가는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영원을 가진 것처럼 고민 없이 썼던 시기가 그리워집니다. 다시는 쓸 수 없을 들쭉날쭉한 이야기들을 지나치게 매끄럽게 만들지는 않으며 보탤 수 있는 것을 보태고 싶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창비·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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