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고 방향도 좋지만 속도가 중요
2025년 03월 26일(수) 00:00
헌법재판소가 그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한 총리가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위법이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적처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정은 아니지만 국정 공백을 최소화 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아쉬운 점이 많다.

한 총리 선고를 앞두고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유추할 만한 힌트를 얻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헌재는 외면했다. 한 총리의 결정문에서 내란을 15회나 언급하면서도 계엄 선포의 위법성이나 국무회의의 적법성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워낙 중요한 만큼 사전에 어떤 힌트도 주지 않음으로써 논란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헌재는 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골프에서도 적용되는데 드라이버는 거리가 아니고 방향이라는 말이 여기서 파생됐다. 원칙을 가지고 올바른 목표를 정하는 것이 늦더라도 잘못된 목표를 향해 빨리 가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도 속도보다는 방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조금 늦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확신이 있다면 기다리지 못할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속도를 높여야 할 때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접수된 지 100일이 넘었고 11차례 변론을 거쳐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변론종결 후 선고까지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11일이 걸렸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쟁점이 유난히 어렵다고도 할 수 없다. 헌재가 어떤 선고를 하더라도 반대측에선 순순히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다. 더 이상 선고를 미룰 이유가 없는 만큼 조속히 결론을 내리는 것이 국론 분열을 막는 길이다. 탄핵을 결정 짓고 내란죄는 형사 법정에 맡기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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