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의 호소 - 김지을 사회부장
2025년 03월 24일(월) 22:00
은퇴한 윤공희 빅토리노 대주교는 5·18 민주화운동의 공신이자 산 증인이다. 그는 1980년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재임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직접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참혹한 광주 실상을 알렸다.

김수환 추기경은 엄혹한 전두환 정권때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이 정권의 뿌리에 양심과 도덕이라는 게 있습니까. 총칼의 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성토했다. 조철현 비오 신부는 1980년 5·18 당시 시민수습위원으로 참여해 광주시민들을 위해 헌신했고 5공 청문회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헬기 기총 사격을 했다는 것을 최초로 증언했다.

천주교회의 현실 참여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과 함께한 역사다. 천주교 사제들로 이뤄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어떤가. 지난 1974년 결성된 뒤 줄곧 유신헌법 반대, 긴급조치 무효화, 5·18 민주화운동 전국화 및 세계화, 윤석열 퇴진 등 사회 참여 활동을 전개해왔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최근 영상 담화문을 냈다. 그는 성서의 히브리서에 언급된 ‘온전하지 못한 양심’(9장 9절), ‘구원받은 양심’(9장 14절), ‘죄의 양심’(10장 2절), ‘깨끗해진 양심’(10장 22절), ‘바른 양심’(13장 18절) 등 양심에 대한 여러 개념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는 양심이라는 말이 빛을 잃은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법에만 저촉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해도 된다는 마음을 넘어, 법을 가볍게 무시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무서운 마음이 자리 잡았다. 누구보다 정의와 양심에 먼저 물어야 하는 사회지도층이 법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갈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유 추기경은 이어 “되어야 할 일은 빠르게 되도록 하는 일이 정의의 실현이며 양심의 회복”이라며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헌법재판소는 유 추기경의 호소를 새겨들어야 한다.

/김지을 사회부장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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