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대에 선 양심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5년 03월 21일(금) 00:00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최근 ‘양심’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양심은 배우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이라는 최 교수의 일침은 ‘양심을 지키면 손해가 되는 세상’에 울림을 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 사회는 진영 간 극한 대립을 되풀이 하면서 ‘양심의 실험대’ 위에 올라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 반발한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에 난입했고 야당 국회의원에게 날계란을 던지고 있다. 법과 상식은 사라지고 무수한 추측과 주장만이 난무하고 있다. 이 같은 비양심적인 사고와 행동은 맹목적인 폭력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선고를 앞두고 폭력의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 결과에 따른 각 진영의 격한 반발도 우려되고 있다. 이 과정에 가짜뉴스도 판을 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상식과 양심의 기준으로 충분히 검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눈을 감은 채 맹목적인 믿음으로 가짜뉴스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정선거와 중국간첩단이다. ‘양식적이지 못한 판단’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상식적인 토론과 합의를 방해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옳지 않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일관하고 있고 단지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가 위대했던 것은 양심을 지켰기 때문이다. 공권력이 일시적으로 사라졌지만 시민 스스로 양심을 기반으로 공동체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실천했다. 사회 구성원의 양심적 행동에 따라 은행과 상점의 물건은 제자리에 그대로 남겨질 수 있었다. 한국사회는 다시 양심을 되새겨야 할 시간이 됐다. 다수의 의견과 법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의 양심이며 공동체의 가치이다. 이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양심’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수긍하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기준을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이 양심이며 극심한 혼란과 분열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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