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오! 한강’-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5년 03월 20일(목) 00:00 가가
생각해 보면 가슴 뜨거운 ‘혁명’에 대해 알게 된 건 만화를 통해서였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프랑스 혁명을 배우기 전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로 먼저 혁명과 조우했다. 핍박받는 민중들의 삶을 보고 혁명에 동참하는 남장 여자 근위대장 오스칼과 마리 앙투와네트, 패르젠 등이 등장하는 만화는 혁명의 한복판을 지나는 탓에 바스티유 습격사건 등 프랑스 혁명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본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의 작품인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영감을 받았다. 1972년부터 1973년까지 일본 만화 잡지에 연재됐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많은 화제를 모았다. 아마도 내가 접한 만화책은 정식 판권 계약이 아닌, ‘해적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혜린의 ‘북해의 별’ 또한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가상의 국가 보드니아를 배경으로 해군 장교 유리핀 멤피스가 등장하는 작품은 언뜻 언뜻 1980년대 한국을 대입해 볼 수 있는 순간들이 많다. 출간 단시 팬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북해의 별’(전 15권)은 지난 2021년 진행된 레트로판 펀딩 당시 순식간에 6500만원이 모였다.
대학 시절 읽은 허영만의 작품 ‘오! 한강’은 ‘한국 현대사’ 관련 최고의 교과서였다. 김세영이라는 걸출한 스토리 작가가 함께 참여한 ‘오! 한강’은 해방부터 분단, 4·19를 거쳐 6·10 혁명까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주인공 이강토의 삶을 담아낸다. 역설적이게도 ‘반공만화’를 그려달라는 안기부의 요청으로 1987년 연재를 시작한 만화는 ‘대학생들의 필독서’가 됐다.
며칠 전 ‘오! 한강’ 광복 80주년 리커버판(전 2권)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계엄사태에서 촉발된 탄핵 정국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다시 읽는 ‘오! 한강’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요즘의 대한민국을 제대로 풀어낸 만화작품을 기다려 본다.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 후대의 사람들이 결코 ‘오늘’을 잊지 않고 역사의 진보를 굳건히 믿을 수 있도록.
/mekim@kwangju.co.kr
며칠 전 ‘오! 한강’ 광복 80주년 리커버판(전 2권)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계엄사태에서 촉발된 탄핵 정국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다시 읽는 ‘오! 한강’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요즘의 대한민국을 제대로 풀어낸 만화작품을 기다려 본다.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 후대의 사람들이 결코 ‘오늘’을 잊지 않고 역사의 진보를 굳건히 믿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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