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새는 광주시 문화유산 부끄럽지 않은가
2025년 03월 14일(금) 00:00
광주시의 ‘지정 문화유산’인 고(故) 오지호 화가의 집 ‘오지호 가(家)’가 빗물이 새는 등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어 보여주기 위한 기념물 지정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현재 오지호 가의 초가집 지붕에 설치된 이엉(볏짚 등을 엮어 만든 지붕)은 2단 수준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나마 가장 아랫단의 이엉은 수명이 다했는지 까맣게 썩어 있어, 사실상 1단 지붕이나 다름없었다.

초가집은 이엉이 1~2년 사이에 썩어 해지는 특성상 해마다 썩은 이엉을 치우고 새 이엉을 얹어 줘야 하는데, 예산 등의 문제로 보수하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오지호 가 거주자는 비가 새고 물길이 나 휘거나 단열이 잘 안 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데도 관리 주체인 광주시와 동구는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 한 해 예산이 이엉 1단을 쌓을 수 있는 수준인 2000만 원밖에 없는 터라 추가 보수가 어렵고, 이엉잇기 관련 업체가 줄고 인건비와 재료비가 오르면서 사업비가 급상승해 예산 확보도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문화유산 보수 정비 예산이 지붕 붕괴, 목조 기둥 탈락 등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일 때에 우선으로 배정되다 보니 이엉 잇기 예산은 적게 편성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 예산을 받으려면 예산 투입에 따른 성과물을 내야 하는데, 대중에게 개방된 공간도 아닌 사유지라 그조차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문화유산 관리에는 무엇보다도 정성이 필요하다. 예산을 탓하며 기본적인 빗물 누수 정비 예산조차 지원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관리라고 할 수 없다. 구조물까지 썩어 흉가처럼 변하는 문화유산이라니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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